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동근)는 강간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씨에 대해 배심원들의 평결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9명은 3시간에 가까운 평의 끝에 “범죄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만장일치로 ‘무죄’ 의견을 냈다.
배심원들이 무죄 의견을 낸 가장 큰 이유는 전 씨로부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남성 내연남 A 씨의 진술이 객관적 정황과 지나치게 다르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배심원단의 의견에 따르면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직접 증거는 피해 남성의 진술”이라며 “그런데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는 남성 A 씨는 머리에 피가 날 정도의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전 씨의 피를 닦아주고 대일밴드로 치료까지 해줬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 남성은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고 하는데, 서 있는 상태의 전 씨가 앉아 있는 상태의 A 씨의 머리를 망치로 찍었는데 그 정도 상처밖에 입지 않았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다”며 “피해 남성 진단서에도 망치로 맞았다는 기재가 없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어 “배심원들은 이전에도 포도주스를 먹고 정신을 잃은 경험이 있는 피해 남성이 집착을 보이는 전 씨와 계속 연락을 취하고, 전 씨가 정체불명의 약을 건네주는데 선뜻 믿고 먹었다고 보기 미심쩍다고 판단했다”며 “수면제를 먹고 난 뒤에는 중간행위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상식적인데 새벽 3시에 일어나 전 씨가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탄 걸 봤다는 등 세세히 기억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 씨와 피해 남성 A 씨의 체격 차이 역시 피해 남성의 진술을 믿을 수 없는 근거로 제시됐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은 키 150㎝에 불과한 전 씨가 수면제를 먹고 잠든 건장한 남성을 일으켜 벽에 세웠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장 상황을 본 경찰의 진술, 피해 남성 부인의 진술만으로는 범죄 입증이 부족하고 범죄 이전에 주고받았던 음성이나 문자 메시지만으로는 범행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전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다시는 피해 남성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한편 전 씨는 지난해 7월 내연남 A 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인 뒤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하고, 잠에서 깬 A 씨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전 씨의 사건은 지난 2013년 6월 남성과 여성 모두 강간 혐의로 처벌할 수 있도록 개정된 형법이 시행된 뒤 여성 가해자가 기소된 첫 사례다.
지난 20일 열린 국민참여재판 첫날 전 씨 측 변호인은 내연남의 가학적 행위를 피하기 위해 남성의 동의하에 손발을 묶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A 씨가 헤어지자고 요구하자 수면제가 든 음료를 마시게 한 뒤 강간을 시도한 것이라고 맞섰다. 이에 결심 공판에서 검찰 측은 전 씨에 대해 징역 4년 6월의 실형을 구형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