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모델·차별화 등 아직은 안갯속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우리 금융산업의 한 획을 긋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인터넷전문은행에는 비단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와 은행만 관련돼 있는 것이 아니다. 증권사와 제2금융권, 사이버결제업체들도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활발해진 것은 지난 6월 18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다. 오는 9월 예비인가심사를 거쳐 올해 말 한 곳을 선정하겠다는 계획까지 나온 상태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에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23년 만에 국내 금융시장에 신규 은행 설립을 기대하게 하는 새로운 형태의 은행”이라며 “우리 금융산업의 한 획을 긋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은행 외 산업이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은 여기서 비롯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은행 외 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하는 것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금지’하는 은산분리 규제에 위배된다. 현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에 대해 최대 10%까지 보유가 가능하다. 그나마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4%로 제한된다. 이대로라면 핀테크(FinTech·파이낸셜과 기술의 합성어로서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금융 기술) 활성화에 목적이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가 자칫 은행권에 새로운 수익모델을 제공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우려가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 지분 보유율을 50%까지 허용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 원 이상 6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은 규제 완화에서 제외된다. 즉 재벌 대기업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지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인터파크도 SK텔레콤, NH투자증권, 웰컴저축은행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며 KT도 교보생명, 우리은행 등과 함께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KT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사항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교보생명은 여전히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일단 금융당국이 올해 말 한 곳을 선정한다는 계획이어서 다음카카오, 인터파크, KT 3곳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관심이 뜨거운 만큼 한편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구체적인 수익모델과 차별화가 문제로 지적된다. 지금까지 나온 인터넷전문은행만의 뚜렷한 특징이라면 ‘중금리대출’ 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제1금융권의 대출 금리보다는 높고 제2금융권의 그것보다는 낮은 대출업무를 하겠다는 것인데,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시중은행에서도 인터넷업무를 하고는 있으나 대출업무만큼은 직접 영업점 방문을 권유하고 있다”며 “과연 점포 없이 인터넷만으로 중·저신용자들을 상대로 대출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강한 의욕을 보인 미래에셋이 최근 사업 진출을 포기한 데는 이런 이유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의 도입 취지에 따라 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온전히 갖지 못한 채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것은 은행업무의 노하우를 ICT업체에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컨소시엄에 참여한 시중은행들은 수익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컨소시엄 참여에 적극적인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메리트가 없는데 굳이 참여하려 하겠느냐”며 “전략기획부에서 세세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일단 한 곳만 선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지금으로서는 무엇보다 선정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종룡 위원장의 말대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우리 금융산업의 한 획을 그을지, 뚜렷한 경계와 차별화 없이 곤욕을 치를지 두고 볼 일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삼세번째’ 추진, 이번엔? ‘첫 출산’ 산통 불가피 또 우리나라의 앞선 IT 기술을 금융에 접목함으로써 금융서비스의 혁신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핀테크를 기반으로 하고 창의성·혁신성을 중요시하는 만큼 금융당국은 ICT업체의 사업 진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은산분리 규제마저 완화해준다. 우리나라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아주 낯선 것은 아니다. 지난 2001년과 2008년 두 차례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2001년에는 SK·롯데 등 대기업 중심 추진 방식에 논란이 일면서 무산됐고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금융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올해 추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업무 범위는 일단 시중은행의 업무 영역과 동일하다. 예·적금과 대출업무는 물론 신용카드업과 방카슈랑스(보험대리점), 채무보증, 어음인수, 수납·지급대행 등이 전부 가능하다는 의미다. 위험 요소가 짙을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시스템 리스크를 방지하고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인가 시 부관이나 하위법령을 통해 (업무범위를) 제한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올해 말 선정될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비록 세 번째 도입 시도지만 업무를 처음 시작하는 것이니만큼 혼선이 예상된다. 금융권 일부에서 과도기가 불가피하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과 기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