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는 이제 끝났다
이를 두고 영화인들 사이에선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 공동위원장인 안성기가 부산국제영화제가 스크린쿼터 사수 움직임에 미온적인 데 대한 항의의 표시로 불참했다는 추측이 난무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스크린쿼터 사수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가 준비됐던 데 반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스크린쿼터 사수와 관련한 행사가 전무했다. 따라서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에 앞장섰던 영화인들이 대거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그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안성기가 대표적인 인물이며 함께 투쟁을 주도했던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 역시 ‘영화 불법 다운로드 근절 캠페인’에만 잠시 얼굴을 내비쳤을 뿐 그 밖의 공식석상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 과정에서 정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아 영화인의 원성을 샀던 ‘친노 영화인 3인방’은 화려하게 부산국제영화제로 돌아왔다. 애초 98~99년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을 주도했던 문성근 이창동 명계남 등 친노 3인방 영화인은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뒤 영화계 일선에서 한동안 멀어져 있었다. 이를 두고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성토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자연스럽게 영화계 최고의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한 발 빼고 있던 친노 3인방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선 다시 전면에 나섰다. 이창동 감독은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을 맡아 개막식 무대에 섰고 문성근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 <수> 관련 공식행사에 참석한 것은 물론 ‘아시아영화인의 밤’ 행사 사회까지 맡았다. 이를 두고 영화인들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가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이 사실상 끝났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인 것 같아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안성기가 없는 무대에 문성근과 이창동이 서 있는 모습은 두고두고 묘한 여운을 남겼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