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중견’… 밥줄 쥔 제작진
실제로 이번 수사로 현직 방송국 PD가 연루된 연예계 비리 사건이 터져 나왔지만 과거처럼 대대적인 연예계 비리 수사는 아니었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연예계 비리 관련 혐의가 드러났을 뿐이다. 그마저 당사자는 대가성이 없는 관행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예계 비리가 끊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방송에 출연할 수 있는 연예인은 한정돼 있으나 출연하고자 하는 연예인은 넘쳐난다는 데 있다. 결국 소속 연예인의 원활한 방송 출연을 위한 로비는 근절되기 어렵다는 것. 중견 연예인이 대거 연루된 이번 사건 역시 출연진 가운데 상당수가 중견 연예인일 수밖에 없는 사극에서 벌어졌다.
하지만 2002년 연예계 비리 수사 이후 현금이 오가는 금품수수는 눈에 보이게 줄어들었다. 검찰 수사에 대한 두려움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PD 등 방송관계자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진 게 사실이다. 다만 골프나 술 접대 등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더욱 무서운 것이 ‘관행’이다. 출연을 목적으로 한 금품수수는 줄어들었지만 관계 강화 차원의 일상적인 로비가 관행처럼 굳어져가고 있다는 것. 이번에 문제가 된 것처럼 제작진의 식비를 출연 연예인 소속 연예기획사에서 대신 내주는 일이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 방송국에 있으면 제작진을 위한 커피나 음료수 등의 간식거리를 나르는 매니저들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띈다.
연예인이 출연 프로그램 CP에게 직접 선물을 건네는 경우도 많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출연을 위해 “해외에 다녀오면서 샀다” “지방 촬영 갔다 생각나서 샀다”는 이유로 매번 촬영 때마다 각종 선물을 제공하는 이들이 자주 눈에 띈다는 게 연예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연예기획사가 권력화되면서 연예계 비리가 사라진 폐단 정도로 바라보는 시각도 많다. 실제 대형 연예기획사 소속 톱스타들의 경우 오히려 방송국이나 영화사에서 거꾸로 로비를 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는 일부 톱스타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 여전히 연예계엔 신인들이 쏟아져 나오고 개편 때마다 밀리지 않으려는 연예인들이 상당수다. 형태만 변했을 뿐 로비는 끝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