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런 고민은 미리 예약한 민박집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됐습니다. 지하철역을 빠져나와 인도를 따라 걷다가 성인서적 전문 서점을 발견한 것이죠. 한국처럼 꼭꼭 숨겨놓고 장사하지 않고 가게 문을 활짝 열어놔 거리를 오가는 행인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더군요. 퇴근길 회사원들이 들러 적나라한 사진이 가득한 성인서적을 둘러보고 구입하는 모습이 무척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거기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10여 m를 더 걸어가자 교차로 바로 앞에 DVD 타이틀 판매점이 보였습니다. 평소 DVD 타이틀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는 기자는 일본영화 DVD 타이틀을 현지에서 구입하고자 가게 안으로 들어갔는데, 허걱! 가게 안에는 일반 영화가 아닌 성인영화 DVD 수십만 개가 빼곡히 전시돼 있었습니다. 게다가 가게 한쪽에는 다양한 성인용품까지 진열돼 있더군요.
말 그대로 일본은 성인물의 천국이었습니다. AV부터 각종 성인서적에 성인용품까지, 일본은 성인용품을 무조건 금지하는 대신 일정한 범위 안에서 유통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구조를 갖췄습니다. 반면 한국에서 성인물은 무조건 터부시됩니다. 거듭되는 음란물 단속과 불분명한 기준의 심의를 거치며 한국 에로업계는 괴멸되다시피했고 불법 포르노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강압적인 규제로 인해 산업화는커녕 불법화만 권장한 모양새입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