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란 몇 자 때문에…“제가 미운 거죠?”
안철수 의원 측은 허위 경력 논란에 대해 “안 의원이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자 몇 곳의 시민단체에서 황당한 고발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종현 기자
지난 8월 6일 대한민국미래연합, 엄마부대봉사단 등 시민단체들은 안철수 전 의원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이 안 의원 경력이 허위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안 전 대표가 ‘서리’라는 단어를 고의적으로 누락시켜 채용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국회에 제출된 단국대학교 교무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88년 의과대학을 신설한 단국대학교는 빠른 정착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의사면허를 소지한 석사 이상의 젊고 유능한 인재를 교원으로 등용한다는 차원에서 의예과 학과장 서리를 전임강사에게 맡기기로 했다. 덕분에 안 의원은 단국대 의예과 학과장 서리로 지난 1990년 3월 1일부터 1991년 2월 4일까지 약 1년간 근무했다.
하지만 안 의원이 서울대학교에 제출한 경력증명서에는 ‘서리’라는 단어가 빠져 있었다. 또한 안 의원의 주요 업적 및 수상경력을 적은 자기소개서에서도 단국대학교 의예과 학과장이라고만 적혀 있다.
안 의원을 고발한 강사근 대한민국미래연합 상임대표는 “안 의원이 서울대학교 교원임용에 지원하면서 단국대학교 전임강사에 불과했던 자신의 경력을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의예과 학과장’이라고 기재했던 사실이 국회 자료를 통해 확인되었다. 경력증명서와 자기소개서 모두 서리라는 단어가 누락되어 있는 것은 고의적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서울대학교는 국가기관이자 국내 최고 권위의 대학교이며 교원 신분은 공무원이다. 공무원 채용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엄격히 이루어져야 하며 허위 경력과 사문서 위조 등으로 임용될 시 임용 취소 및 형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또 다른 안 의원의 허위 경력 근거는 경력증명서에 적힌 날짜와 실제 근무한 기간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들이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안 의원은 서울대학교에 제출한 자신의 경력증명서에 지난 1990년 3월 1일부터 1991년 2월 28일까지 단국대학교 의예과 학과장을 맡았다고 적어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단국대학교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검찰에 증거로 제출하며 안 의원이 학과장인 시기는 지난 1990년 3월 1일부터 1991년 2월 4일까지가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고발인들은 또 안 의원의 해군 군의관 입대시기가 적힌 기사도 스크랩해 제출했다. 강 상임대표는 “안 의원이 해군 군의관으로 입대한 시기가 지난 1991년 2월 6일이기 때문에 28일까지는 근무할 수 없다”며 “국가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며 약간의 허위도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강 상임대표 등은 안 의원을 서울대학교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며 형법의 위계와 국가공무원법 등으로 처벌해달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시민단체의 이 같은 주장과 달리 실제 안 의원이 처벌 받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일단 학계에서는 안 의원 의혹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한 전직 교수는 “서울대가 안 의원을 교수로 채용한 것은 융합과학대학원 디지털정보융합과에서 백신 전문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안 의원이 의예과 학과장을 서리로 근무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을 것 같다. 또한 안 의원 근무 기간이 약 20일 정도 차이가 있지만 1학기 이상 차이 나는 것이 아니어서 의미 없다”며 “학과장으로서의 경험 역시 서리 기간이 1년이었던 만큼 충분히 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안 의원이 법적으로 처벌받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서리 기간이 한 달이나 두 달도 아니고 1년을 채웠다면 서리라는 표현을 뺐다고 법적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본다”며 “또한 근무 기간도 몇 달씩 틀린 게 아니라 보름 수준이라면 이 정도 문제로 기소까지도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안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구가 선거구 합구 대상으로 의석수가 하나 줄어드는 것도 최근 송사와 관련이 있지 않겠냐는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노원구 의석이 줄어드는 만큼 노원구 지역구에 출마할 경쟁자들의 ‘안철수 흠집내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 보좌관도 “공천 경쟁이 막이 오르고 있는 지금 타이밍에서는 지역구 경쟁 후보의 발목을 잡을 사소한 흠결이라도 폭로하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시점 상으로는 안 의원의 반듯한 이미지를 더럽히고 싶은 노원구 경쟁 후보들을 의심해 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