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나오는 영화’…혹시 디즈니 꼼수?
할리우드 흥행작인 <세 남자와 아기>.
1985년에 프랑스의 콜린 세로 감독이 만든 <세 남자와 아기 바구니>는 엄청난 흥행을 거두었고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르며 월드 마켓에도 그 이름을 알린다. 급기야 1987년 할리우드에서 이 영화는 리메이크가 되었는데, <세 남자와 아기>는 그 해 북미 지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감독은 <스타 트렉> 시리즈의 스포크 역으로 유명한 레너드 니모이. 이 영화는 지금까지도 프랑스 영화를 리메이크한 할리우드 영화 중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 성공에 힘입어 1990년에 속편인 <세 남자와 아기 2>가 나와 역시 흥행에 성공했다. 한편 콜린 세로 감독은 2003년에 <세 남자와 아기 바구니–18년 후>라는 속편을 내놓기도. <헤이 베이비>(2007)라는 제목으로 인도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육아와 무관했던 세 남자가 우연한 기회로 아기를 키우게 된다는 설정에서 빚어지는 해프닝과 코미디는 문화권을 초월한 흥미로운 요소를 지녔던 모양이다.
도시 전설이 된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세 남자와 아기>다. 뉴욕의 한 아파트에 세 남자가 함께 산다. 잭(테드 댄슨)은 배우, 피터(톰 셀렉)는 건축가, 마이클(스티븐 구텐버그)은 만화가. 그들의 평범한 일상에 어느 날 작지만 큰 사건이 일어난다. 누군가 그들 집 앞에 아기 바구니를 놓고 간 것. 아기의 이름은 메리이며, 잭의 딸이라는 것만 밝혀진 상황이다. 알고 보니 과거 함께 공연했던 여배우와 불장난처럼 원나잇 스탠드를 저질렀고, 그 결과 메리가 태어난 것. 하지만 잭은 마침 외국에 있었고, 당분간 피터와 마이클이 아이를 키운다.
사실 1987년에 영화가 개봉되었을 땐 별 문제 없었다. 하지만 1990년 8월에 비디오가 출시되면서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고 급격하게 루머가 돌았다. 몇 초 되지도 않은 장면 때문이었다. 영화가 한 시간 정도 진행되었을 때다. 잭의 어머니(셀레스트 홀름)는 손녀가 생겼다는 얘기를 듣고 아파트를 방문한다. 어머니는 아기를 안고 어르고 그 뒤를 잭이 따라가는데, 배경에 있는 창문과 커튼 사이에 한 소년이 보였던 것. 사람들은 그 소년을 영화에 의도하지 않게 등장한 유령이라고 생각했고, 이어 수많은 이야기가 뒤를 이었다.
위쪽 점선 부분이 ‘유령 소동’을 일으킨 문제장면. 아래는 배경 소품인 스탠드의 실제 모습.
첫 번째 소문은 간단했다. 그 아파트에 살던 소년이었는데 아홉 살의 어린 나이에 자살했다는 것. 이후 소년의 부모는 다른 곳으로 이사 갔고, 그렇게 해서 비게 된 아파트에서 영화를 촬영하던 중에 소년의 유령이 카메라에 잡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문은 점점 구체화되면서 서서히 전설이 되었다. 화면을 자세히 보면 엽총 한 자루가 놓인 것이 보이는데, 이것은 소년이 권총 자살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소년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도 생겨났다. 그녀는 영화에서 아들의 유령이 등장하는 장면을 삭제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제작사인 월트 디즈니는 거부했다는 것. 이후 그 억울함을 토로하기 위해 <오프라 윈프리 쇼>부터 뉴스쇼 <60분>까지 다양한 프로그램 출연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고, 결국은 정신이상으로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영화 속에서 아들이 입었던 그 옷을 입고 다닌다는 얘기도 돌아다녔다.
그렇다면 진실은? 물론 유령은 아니었고, 우연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영화에서 배우인 잭은 개 사료 CF에 출연한다는 설정이 있는데, 이때 사용된 것이 잭과 같은 크기로 제작된 스탠드였다. 톱햇을 쓰고 흰 셔츠에 턱시도와 연미복을 입은 잭의 모습이었는데, 촬영 현장에서 그 스탠드를,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실수로 커튼 뒤에 두었던 것. 하지만 완전히 감춰지지 않았고, 적절한 앵글과 거리가 형성되면서 묘한 모양의 윤곽을 만들어내면서 마치 소년이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 스탠드가 등장하는 영화 속 CF 장면은 최종 편집에서 삭제되었고, 그런 맥락 없이 보면 오해를 살 법도 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스탠드가 영화에 아주 등장하지 않는 건 아니었는데, 메리의 엄마인 실비아(낸시 트래비스)가 자신의 아기를 되찾겠다며 아파트를 방문하는 장면에, 자세히 보면 스탠드가 배경 소품으로 보이긴 한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비디오를 돌려 보며 영화에 등장한 유령을 찾기에 바빴다.
게다가 이 장면은 실제 뉴욕에 있는 아파트가 아니라, 토론토의 스튜디오에 있는 세트에서 촬영된 것이기에, 그곳에서 자살한 소년의 유령이라는 설은 처음부터 이치에 맞지 않았던 것.
하지만 이 모든 사실이 밝혀진 후에도 사람들은 <세 남자와 아기>가 ‘유령 나오는 영화’라는 얘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루머가 돌았다. 비디오를 출시하면서 디즈니가 굳이 그 장면을 편집하지 않았던 건, 미처 몰랐기 때문이 아니라, 알면서도 비디오 대여 시장에서 큰 수익을 거두기 위한 꼼수였다는 것. 이야기를 퍼트린 건 다름 아닌 디즈니 스튜디오라는 주장이었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에 그다지 관심 없었던 사람들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대여점으로 몰려들었고, 그 결과 이 영화는 렌털 시장에서도 큰 수익을 거두었다. 게다가 출시 후 루머가 창궐하던 시기인 1990년 11월에 속편인 <세 남자와 아기 2>가 개봉되었는데, 사람들은 이 영화도 혹시 뭔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을 가졌고, 그런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속편도 꽤 알찬 흥행을 거두었다.
지금도 가끔 회자되는 <세 남자와 아기>의 유령 소동. 이 영화의 감독인 레너드 니모이는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완벽한 우연이다. 하지만 언론은 그것을 괴담으로 유포하는 걸 즐겼다. 난 그 장면에 대한 질문을 수없이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 유령이 아니다. 그게 전부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