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섭 기자의 연예편지 열아홉 번째
“문신의 위치와 모양만 봐도 개리가 아님은 알 수 있다”
개리의 소속사인 리쌍컴퍼니의 입장입니다. 사실 이번 동영상의 키워드는 문신이었습니다. 얼굴과 몸매가 개리를 닮은 것은 분명하지만 화질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닌 데다 주로 남성의 뒷모습 위주로 촬영이 된 동영상인 터라 외모만 갖고 개리라고 단정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문제는 팔에 있는 문신입니다. 결국 동영상 속 문신이 개리의 그것과 동일하다면 개리의 동영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로 인해 문제의 동영상이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개리의 이름을 치면 ‘문신 위치’ ‘문신 동영상’ 등의 연관 검색어가 뜰만큼 네티즌의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소속사의 입장처럼 동영상 속 남성의 팔 문신은 왼팔 위 부분입니다. 반면 개리의 왼팔에는 문신이 있지만 왼팔 아래 부분입니다. 개리의 오른 팔 윗부분에는 문신이 있지만 동영상 속 남성과 다른 장승 문양이다. 따라서 개리 측은 문신의 위치와 문양으로 볼 때 개리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논란이 가열된 데에는 나름의 까닭이 있습니다. 우선 동영상의 경우 오른쪽과 왼쪽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인코딩 과정에서 반전을 줬거나 거울을 이용해 촬영한 동영상의 경우 오른쪽과 왼쪽의 구분이 모호해지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오른팔에 문신이 있는데 이를 촬영한 동영상에는 왼팔에 문신이 있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개리의 왼팔 장승 문신은 애초부터 그 모양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새긴 문신을 몇 차례 덧씌우는 과정을 통해 지금의 장승 문신이 완성된 것입니다. 따라서 일부 네티즌들은 지금의 장승 문신이 완성되기 이전 과정에서 촬영된 동영상일 가능성을 제기했던 것입니다.
사진 제공 : 리쌍컴퍼니
그렇지만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의 팔에 새겨진 문신이 과거 개리의 팔에 있던 문신과 동일하다는 근거도 없습니다. 해당 문신의 옆모습만 스쳐가듯 노출되고 있는 동영상은 화질 역시 그리 좋은 수준은 아닙니다. 이로 인해 문제의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이 실제 개리인지를 두고 논란만 거세게 진행되는 상황이었을 뿐입니다.
역시 관건은 화질입니다. 만약 화질이 좋아 문신 모양이 명백하게 드러났다면 그것이 개리의 문신과 다르다는 부분이 입증됐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화질이 그리 좋지 않아 문신 모양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팔 위 부분에 문신이 있다는 이유로 개리를 둘러싼 의혹이 더욱 증폭됐던 것이죠.
여하튼 이렇게 ‘개리 동영상’이라 불리는 파일이 온라인과 SNS를 통해 확산되며 각종 논란이 빚어졌고 결국 지난 8월 31일 개리의 소속사인 리쌍컴퍼니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개리에 관련한 동영상에 대해 소속사는 개리가 아님을 밝히며 수사 의뢰를 통해 유포자에 법적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수면 아래서 시끄럽게 논란을 야기했던 개리 동영상은 비로소 수면 위로 급부상했습니다.
개리 측은 보도 자료를 통해 “제일 중요한 점은 동영상에 당사자인 분이 소속사로 연락을 해와 오히려 개리를 걱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리 포함 소속사측은 너무 안타까울 뿐”이라며 “소속사측은 이에 관련되어 동영상이 더 이상 유포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강경한 대응을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연예 매체 <디스패치>와의 인터뷰에서 개리 측은 이를 사건화 할 경우 동영상에 등장하는 개리를 닮은 누군가가 오해를 받아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어 법적 대응을 꺼렸다고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영상 속 남성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개리가 직접 통화를 했으며 오히려 그가 개리를 걱정하는 것을 보며 더 이상 유포되면 안되겠다고 생각해 강력대응에 나섰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여기서 드는 또 한 가지 의문은 과연 개리 측이 어떤 부분을 수사의뢰 할 지 여부입니다.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개리 측은 “해당 동영상 속 남성이 개리라고 퍼트린 유포자, 이후 해당 동영상을 개리라고 배포한 자 등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해당 동영상 속 남성이 개리라고 퍼트린 유포자’입니다. 이후 배포한 자에 대해서도 강력 대응 입장을 밝혔지만 이는 추가적인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문제는 개리 측이 공식 입장을 밝히기 전에 해당 동영상 속 남성을 개리라며 유포한 자들입니다. 이번 개리 동영상은 유포 경로가 아직 명확치 않습니다. 이시영 동영상과는 명확하게 다른 상황입니다. 이시영 동영상은 관련 루머가 먼저 증권가 정보지 등을 통해 떠돌았으며 누군가 이런 루머에 발맞춰 이시영을 닮은 여성이 나오는 성관계 동영상을 악의적으로 배포한 것이었습니다.
반면 개리 동영상은 이를 활용한 악의적인 행보는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누군가 이를 유포하겠다며 개리 측에 협박을 가했다거나 해당 동영상을 둘러싼 루머 등이 유포되진 않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의 동영상이 유포돼 온라인과 SNS를 통해 확산됐을 뿐입니다. 과연 누군가 애초부터 해당 동영상이 개리의 것이라며 악의적으로 유포한 것인지 아니면 일반인 성관계 동영상으로 유포된 것인데 영상 속 남성이 개리를 닮아 개리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일 뿐인지가 명확치 않습니다. 만약 후자의 경우, 다시 말해 해당 동영상이 유포된 뒤 개리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일 뿐이라면 개리 측이 법적 조치를 요구할 근거가 불분명해집니다. 일반인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됐고 거기 나오는 남성이 개리를 닮아 개리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까지 불법 행위로 보기가 조금 애매하기 때문이죠.
오히려 수사 당국에 법적조차를 요구할 당사자는 개리가 아닌 동영상 속 남성과 여성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명백하게 사생활이 침해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개리 측의 주장처럼 동영상 속 남성이 개리가 아니라면 사생활 침해는 아닙니다. 대신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 훼손을 다툴 수 있는 상황이죠.
개리 측은 영상 속 남성이 먼저 대리의 소속사로 연락을 해와 개리를 걱정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법적 조치를 하는 것으로 마음을 바꿨다고 바꿨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자신의 성관계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온라인와 SNS에 유포됐다면 자신을 닮아 오해를 받고 있는 연예인을 걱정하기 앞서 본인의 상황을 더 걱정해야 하는 게 정상적입니다. 따라서 법적 조치 역시 해당 남성이 먼저 제기하고 이를 개리 측에서 돕는 상황이 더 정상적입니다. 개리 측이 먼저 법적 조치를 언급하는 상황이 약간은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개리 측에 아쉬운 부분은 개리를 닮은 영상 속 남성에 대한 배려는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영상 속 여성에 대한 배료는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될 경우 더욱 치명적인 상황에 처하는 것인 여성이다. 게다가 남녀가 서로 동의 하에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 요즘 흔히 말하는 ‘셀카’인 경우는 양측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남성이 여성의 동의 없이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 요즘 흔히 말하는 몰카의 경우 여성은 절대적으로 피해자입니다. 최근에는 이런 식으로 촬영된 셀카나 몰카 성관계 동영상이 결별한 연인의 복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해당 영상 속 인물들은 엄청난 사생활 침해 피해자가 되고 맙니다. 게다가 상호 동의 없이 남성이 찍은 몰카가 온라인에 유출될 경우 여성은 더욱 절대적으로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찍힌 줄도 몰랐던 자신의 성관계 모습이 동영상으로 촬영돼 누구나 볼 수 있는 상황이 됐을 때 당사자가 받는 충격과 상처는 너무나 가혹하기 때문입니다.
4분이 약간 넘는 짧은 동영상이지만 그 내용만으로 볼 때 셀카보다는 몰카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우선 동영상을 찍는 카메라가 고정적이며 여성이 거듭 민망하다며 불을 끄고 성관계를 갖자고 주장하는 반면 남성은 불을 켜고 성관계를 갖자고 얘기합니다. 일반적으로 볼 때 몰카에서 자주 등장하는 상황입니다. 여성 몰래 몰카를 촬영하는 남성이 보다 선명한 화질을 위해 불을 켜려고 하는 경향이 짙죠. 다만 일반적인 성관계가 아닌 촬영이 이뤄지는 성관계인 터라 더욱 여성이 불을 켜고 있는 상황을 민망해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해당 영상에서 여성이 카메라 쪽을 응시하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따라서 몰카일 가능성이 많지만 상호 동의 하에 촬영이 이뤄진 셀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몰카라면 이번 ‘개리 동영상’의 최대 피해자는 영상 속 남성도, 그와 닮은 개리도 아닌 영상 속 여성입니다. 자신도 모르는 상황에서 촬영된 성관계 동영상이 온라인과 SNS에 유포됐기 때문이죠. 게다가 영상 속 남성이 개리라고 알려지면서 더 많은 이들이 해당 동영상을 봤을 것으로 보여 그 피해는 더욱 막대해 보입니다. 다행히 화질이 좋지 않아 얼굴이 명확하게 드러나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여성의 목소리가 거듭 등장하고 있어 주변 사람들은 알아 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 해당 여성은 심각한 사생활 침해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개리 측은 전혀 영상 속 여성에 대해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애초 개리 측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어 법적 대응 등을 주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것은 분명하게 영상 속 남녀에 대한 배려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영상 속 남성과 통화한 뒤 법적 대응 입장을 정했습니다. 개리 측은 개리를 닮은 영상 속 남성은 이렇게 배려했지만 영상 속 여성은 배려의 대상에서 빠진 셈이죠. 결국 영상 속 여성은 선의의 피해자가 되고 만 것입니다.
개리 역시 분명한 이번 동영상 파문의 피해자지만 자신을 닮은 영상 속 남성만 배려한 채 최대 피해자일 수 있는 영상 속 여성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는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