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흉상 이전·독도 표기 논란 등 군 사기 격하…채 상병 사건·대통령실 이전 특검 가야”
부 당선인은 공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 연세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당시 그의 지도교수는 문재인 정부 시절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지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였다. 부 당선인은 문 정부 마지막 국방부 대변인으로 퇴직한 뒤 역술인 천공의 대통령 관저 이전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치에 뛰어들 결심을 했다. 부 당선인은 현재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1심 재판 중이다. 일요신문은 부 당선인을 4월 25일 만나 윤석열 정부의 대북·안보 정책을 짚어봤다.
―보수 텃밭인 용인병에서 승리한 주요 요인을 꼽아달라.
“밀집된 선거구이고, 순수 거주형 도시다 보니까 유권자를 만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차를 타지 않고 걸어 다니며 외진 곳까지 방문해 인사를 드렸다. 지하철 요금 인하 등 교통·문화·교육에 방점을 두고 피부에 와닿는 정책 공약으로 유권자들에 어필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외교·안보 멘토’로 불린 문정인 교수가 공동후원회장을 맡았다.
“10년을 넘게 모신 스승이다. 내게 항상 정치보단 외교·안보전문가로 성장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런데 내가 책 ‘권력과 안보’를 출판한 뒤 압수수색을 받고 기소까지 되는 것을 보시고선 정치하는 것을 적극 도와주셨다. 아무래도 이거 말곤 내게 길이 없다 생각하신 것 같다. 교수님이 ‘네가 하고 싶은 정치가 뭐냐’ 자꾸 물으셨는데, 그때마다 ‘윤석열 정부가 무너뜨린 외교·안보를 바로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또 많은 도움을 주신 안홍택 전 고기교회 담임목사와 이한주 민주연구원장께도 감사드린다.”
―정치를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4년 전 21대 총선에 멋모르고 도전한 적이 있는데, 정치가 나한테 맞지 않다 생각했다. 외교·안보 정책에 집중하려 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를 통해 권력의 무도함을 많이 느꼈다. 압수수색을 당하고 군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걸 바로잡고 싶어졌다. 억울한 마음에 길거리로 나가 윤석열 정부의 오만함과 독선에 대해 소리쳤지만 메아리조차 없었다. 그래서 제도권에 들어가서 해야겠다 결심하면서 이번 총선에 출마했다.”
―윤석열 정부 국방·안보 정책 1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고 싶은가.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 윤석열 정부에서 우리나라 국방·안보가 다 무너졌다. 우리 군의 유형 전력이 월등하다고 하더라도, 무형 전력인 군 사기와 정신도 중요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국방·안보를 이념 전쟁으로 끌어들이며 무형의 전력을 격하시켰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이 대표적인 사건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군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독도를 영유권 분쟁 지역으로 표기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건 영토 수호라는 헌법 가치에 위배되는 행위다.”
―윤석열 정부가 북핵 위협에 맞서 확장억제 같은 한·미·일동맹 강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반도 평화에 있어 남북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국 협조가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대만해협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국제 정세에 이념 편향적 가치 외교로 한반도 평화를 유린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외 외교·안보를 혼란스럽게 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동안 중재자 역할을 해온 중국과 러시아를 적으로 돌렸다. 두 국가와의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만들었다. 윤석열 정부가 중동 국가엔 공을 들이고 있는데, 중동 국가도 중국·러시아와 마찬가지로 권위주의 국가다.”
―윤석열 정부가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을 내세웠으나,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규정했다.
“담대한 구상은 실체가 없다. 정치적 레토릭(미사여구)에 불과하다. 윤석열 대통령만 갖고 있는 구상이고, 실천력 없는 허구적 구상이다. 담대한 구상 기본 철학 자체가 대화와 협력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통일부는 조직·개편을 통해서 역할이 축소됐다.”
―대통령실 참모진 개편 과정에서 국가안보실만 제외됐다.
“외교·안보 정책의 기본 방향을 바꾸지 않겠다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 일본이 우리를 많이 도와주고 있으니 지금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만으로 안보 라인을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선 대화보다 ‘강대강’ 대치 측면으로 가겠다는 메시지 아닐까 싶다.”
―대통령실 이전 과정 관련 국정조사와 특검 추진을 1호 공약으로 걸었다.
“우선 국회 상임위를 운영위로 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야 대통령실 이전 관련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대통령실 이전은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았다. 윤석열 인수위 공식 출범일이 2022년 3월 18일인데, 4일 전인 14일에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실을 이전한다고 국방부에 통보했다. 단 4일 만에 암실에서 특정 세력에 의해 대통령실 이전이 결정됐다. 예산 추계와 보고서가 어떻게 작성됐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본다. 관심도가 낮고 어려운 과제이나 파헤쳐보고 싶다.”
―대통령 관저 후보지에 방문한 백재권 글로벌사이버대 특임교수를 경찰에 고발했다.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현행법 위반이 명백함에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느껴진다. 서울경찰청에서 역술인 천공도 소환조사 한 번 하지 않았다. 이들이 사법적 단죄를 받을 수 있도록 국회에 가서 문제 제기할 것이다. 특히 천공 관저 개입 의혹에 대해 새롭게 안 사실이 있다. 다만 지금 말하기는 어렵다. 그 분(제보자)들을 지켜야 하고, 동의도 구해야 한다. 그 분들이 윤석열 정권의 힘이 빠졌을 때 용기를 내주시지 않을까 싶다.”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관련 1심 재판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난해 9월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간법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취지로 대법원에 재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책을 출판한 것이 국가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해를 가했다고 보기 어렵다. 재정신청 결과는 아직 안 나왔다.”
―채 상병 특검을 두고 여당은 공수처 수사 결과를 봐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채 상병 사건은 권력 상층부에 칼을 겨눌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경찰이나 공수처 수사가 윗선을 겨눌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또 채 상병 유족들이 봤을 때도 경찰과 공수처 수사가 지지부진한 게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권력과 연계된 이태원 참사,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을 제대로 수사 못하지 않았나. 그래서 특검으로 가야 한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