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대본 앞에선 스타도 ‘5분대기’
지난 12월 15일 유동근이 아내 전인화가 출연하고 있는 SBS <왕과나> 제작진을 구타하는 일이 발생했다. 유동근이 쪽대본에 의존한 열악한 드라마 촬영 환경에 불만을 표하려 촬영장을 찾았다가 김용진 CP와 이창우 조연출에게 각각 전치 4주와 이를 부러뜨리는 부상을 입힌 것.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SBS 제작진 측은 유동근에게 공식사과를 요구했지만 유동근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몇 번이고 사과했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문제는 폭력 사태까지 부른 이 사건의 발단이 바로 ‘대본’이라는 점이다. 실제 <왕과나>는 대본 한 회분이 3~4번 쪼개져 나오는 쪽대본이다. 이 쪽대본마저도 늦게 나와 현장에서 촬영이 지연되기 일쑤다. 연기자들이 촬영장을 찾았다가 완성되지 않은 대본 때문에 차를 돌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촬영이 취소된 날에는 다른 일정을 소화하고 싶어도 언제 촬영이 재개될지 몰라 그마저도 힘든 상황이라고. 젊은 연기자들은 불만을 토로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이러한 촬영장 분위기 때문에 드라마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드라마 촬영장은 쪽대본이 나와도 연기자들은 대사를 외우는 것에 급급해 연기가 딱딱해지고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촬영에 있어 가장 기본인 대본이 나오지 않아 전체적인 배우들의 사기마저 떨어졌다고. 이 관계자는 “방송 펑크를 내지 않기 위해 촬영하는 것과 같다”며 한숨을 내쉬고는 “이야기에 흐름이 없는 대본은 작품성과 직결되고 작품성이 떨어지면 당연히 시청률도 떨어지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전광렬 측도 “대본 때문에 연기자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고백했다. 현재 연기자들이 매우 예민해져 있는 상태.
전광렬 측은 “단순한 문제”라면서도 “오늘 찍어서 오늘 방송 내보내는 시스템인 셈인데 드라마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과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냐”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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