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끌어내는 전략’ 선택 못 하면 수사 일정 조율이 유일…“긴급 체포 가능성 탓 응하지 않으려 할 것”
공수처는 체포영장 재집행 가능성을 검토 중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수순이 ‘출석 일정 조율’의 과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에도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1만 명(경찰 추산) 넘게 모이는 등, 이들이 집결하는 흐름이기 때문에 주말에는 공수처의 영장 재집행이 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법원 안팎에서는 사상 초유의 영장 신청과 청구, 발부와 집행 과정에서 제기된 법리적인 지점들에 대해 여러 평이 나온다. 대부분 문제될 것은 없지만 영장 발부 과정에서 거론한 ‘형소법 적용 제외’는 판사들 다수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상 초유의 영장 청구
체포영장 집행부터 청구까지 법리적 비판을 최소화하려는 신중한 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경찰과 공수처의 공조수사본부는 내란 수사가 가능한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고 내란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는 영장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발부를 받아냈다.
하지만 체포영장을 공수처 사건 관할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해 논란이 됐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본안 재판이 예상되는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건 원칙과 전례에 반하는 일”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을 했다. 특히 영장전담 판사가 진보적 성향을 띤 우리법 연구회 출신이라는 이유로 ‘판사 쇼핑’이라는 비판도 여권에서 나왔다.
이 밖에도 공수처는 내란 수사권이 없다고 윤 대통령 측은 문제 제기를 하지만 이런 부분은 법원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다수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이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머문 점을 고려하면 관할 법원인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현직 판사는 “공수처 관할 법원을 지적한 것이지만 이번 사건은 경찰(공조본)이 영장을 신청한 것 아니냐”며 “공수처가 향후 기소할 때 서울중앙지법에 하면 되는 것이고 내란죄에 대해서는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다면 직권남용과 함께 수사가 가능하다고 폭넓게 판단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판사는 ‘법 위에 있다?’ 법조계 우려
다만 법원 판사들도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체포영장 발부 당시 담당 판사가 적시한 내용이다. 이순형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공수처가 청구한 대통령 관저 수색영장을 발부하며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다’고 적시했다. 군사상·공무상 비밀에 관한 곳은 책임자 등이 허락해야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이 가능하다고 규정하는 조항들을 판사가 임의로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판사가 ‘법의 우선 순위까지 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느냐’는 지적이 법원 내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성금석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2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형사소송법 제110조·111조의 적용 예외를 명기한 체포(수색) 영장이 발부된 것이 사실인지, 확인 및 진상 규명과 적법한 조치를 희망한다”는 글을 올리며 “판사는 법을 지켜야 하는 공직자일 뿐, 재판을 함에 있어 법 위에 서거나 법률 위에 군림하거나 법을 어기거나 비틀어서는 결단코 안 된다”고 우려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어떻게 판사가 특정 법은 적용할 수 없고, 특정 법을 우선해야 한다고 판단할 수 있느냐”며 “영장전담 판사가 그렇게 진짜 적시했다면 법원 만능주의라고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측도 체포·수색영장에 대해 이의 신청을 한 상황이다. 다만 형소법 제외를 적시한 것 때문에 ‘신병 확보나 증거 확보가 무효’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선 검찰 출신 변호사는 “해당 조항을 언급한 것 때문에 확보한 증거나 신병(윤 대통령 체포) 자체가 무효가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공수처+경찰, 주말 재진입 시도?
논란만큼 빠른 신병 확보가 중요한 공조본이기 때문에 주말에도 영장을 재집행할 가능성이 높다. 공수처는 3일 오후 철수하며 “계속된 대치 상황으로 사실상 체포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집행 저지로 인한 현장 인원들 안전이 우려돼 오후 1시 30분쯤 집행을 중지했다”며 “법에 의한 절차에 응하지 않은 피의자의 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12월 31일 공조본이 발부받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의 유효 기한은 6일까지 때문에 주말 중 재집행을 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유효 기한까지 영장을 집행하지 못하면 공조본은 영장을 반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대통령 경호처가 지키겠다는 의사만 확실하면 형소법 110조, 111조 등을 근거로 법적으로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결국 공수처는 여론에 기대야만 경호처를 뚫을 수 있을 텐데 공수처가 만드는 논란들이 되레 공수처에게 조금 불리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공수처와 경찰이 ‘모두 끌어내는 전략’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면, 윤 대통령 변호인 측과의 물밑 조율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앞선 윤 대통령 측 법조인은 “경찰에서도 ‘경호처의 4~5배 인력을 투입하면 모두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최대한 물리적 충돌 없이 해야 향후 논란이 적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주말 중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윤 대통령의 수사는 일정 조율 후 소환 출석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이 유일한데 그럴 경우 긴급 체포 가능성이 있어 윤 대통령 측도 최대한 응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