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만원 돌려달라” 250차례 협박당해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이 전직 서울시의원 최 아무개 씨를 협박혐의로 고소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한 위원장이 새누리당에 입당하는 ‘파격’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도 반향이 컸다. 한 위원장은 “지역감정은 절대로 대물림되어서는 안 될 사회적 병폐이며, 우리세대가 반드시 청산해야 할 과제”라며 “우리 사회의 지역, 계층, 세대 간의 갈등을 해소시켜 국민대통합의 바탕 위에서 남북통일을 이루는 과업에 제 한 몸을 헌신하기 위해 이 길을 택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당선 후 인수위에서 우리 사회에 내재된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가치를 도출하기 위해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만들었다. 국민대통합위원회는 대통령에게 정책과 사업에 관하여 자문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 운영 중이다. 한 위원장은 2013년 7월 초대 위원장직으로 임명됐고, 지난 7월 세 번째 연임됐다. 호남계 인사인 한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여러 차례 총리 후보 하마평에 오르며 여전히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한 위원장이 지난 2012년 새누리당에 입당하면서 최 씨의 본격적인 협박이 시작됐다. 최 씨는 당시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던 안대희 전 대법관이 한 위원장을 부정비리 연루자로 규정하고 영입 반대에 나서자 “(한 위원장을 부정비리 인사로 규정한) 안대희 위원장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려 한다”며 새정치국민회의 관악구갑지구당 후원회 명의로 된 정치자금 영수증 사진을 첨부해 온라인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어 최 씨는 “1998년 당시 집권당 실세이던 한 위원장의 배우자에게 준 4000만 원에 대하여 한 위원장이 비서를 통하여 보내준 영수증이다. 한 씨가 후일에 만약 돈이 문제가 됐을 때에 대비하여 4000만 원을 떳떳한 돈으로 수수했음을 증거로 남겨두기 위한 의도로 발행한 조직적 범죄 물증이다”라고 주장했다. 최 씨는 이 돈을 지난 1998년 5월경에 서울시 비례대표 의원 공천 대가로 줬다고 제공 배경을 밝혔다.
최 씨는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데 이어 직접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012년 10월 최 씨는 한 위원장 집 대문에 빨간색 매직으로 ‘한광옥 씨 4000만 원 내 돈 내놔’라고 낙서해 입건되기도 했다.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된 최 씨는 한 위원장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최 씨의 협박은 계속됐다.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돈을 돌려달라는 최 씨 요구는 지난 2015년 5월까지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최 씨는 250여 회에 걸쳐 한 위원장 주거지와 업무를 보는 국민대통합위원회 사무실뿐만 아니라 청와대에까지 ‘서울시 비례대표 의원 공천 대가로 불법 수령한 4000만 원을 돌려주지 않으면 막가파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공개하고 비리 전력을 기재한 진정서를 접수시키겠다’는 내용의 우편을 보냈다.
한 위원장 측에서는 이에 대해 반응할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다. 한 위원장의 측근은 “사실무근으로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거론할 가치도 없는 이야기라 입장 발표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며 “수사 중인 만큼 자세한 내용을 말하기 곤란하며 수사가 진실을 밝혀줄 것이니 기다려 달라”는 입장이다.
반면 최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설명했다. 최 씨는 “오래된 이야기라 말하기 껄끄럽다”면서도 “한 위원장과는 특별한 친분 관계로 한 위원장이 나라종금 뇌물사건 이후 순천향병원 특실에 입원해 있을 때 나를 불러 독대도 했을 만큼 친분이 있다. 한 위원장이 돈을 받았다는 영수증의 원본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 측은 일방적인 주장으로 일축했다. 한 위원장 측근은 “최 씨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들을 가치도 없다”며 “최 씨가 한 위원장과 같은 당원이었던 만큼 일정부분 친분이 있을 수는 있다”고 반박했다.
한 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동교동계 한 인사도 한 위원장이 공천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는 “정치권 주변에선 정치인을 협박하고 괴롭히는 사람들이 많다”며 “한 위원장이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씨는 경찰에 소환돼 3회에 걸쳐 조사를 받았고 해당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 5부에 배당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