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찍고 영부인까지 들여다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김윤옥 여사 친인척에게 특혜를 줬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해진다. 이명박 전 대통령(오른쪽)과 영부인 김윤옥 여사.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런데 집권 중반기를 넘긴 박근혜 정부가 다시 한 번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포스코 수사는 재조명을 받았다. 검찰이 대표적인 ‘친MB 기업’으로 꼽히는 포스코 수사에 있어서 어떤 식으로든 활로를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던 것이다. 지난 정권 최고 실세로 꼽혔던 이상득 전 의원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수사 초반부터 이 전 의원이 오르내리긴 했지만 검찰은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군다나 이 전 의원이 고령(80세)인 점도 감안됐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검찰이 이 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서초동 주변에선 ‘MB 정권에 대한 본격적인 사정 신호탄이 발사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지난 정부 실세이기도 하지만 MB 일가의 가장 큰 어른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조차 이 전 의원을 어려워하며 깍듯이 대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MB 일가 입장에서는 이 전 의원을 노리고 있는 검찰 수사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포스코 협력업체 티엠테크에 일감을 몰아준 뒤 여기에서 나온 수익 중 일부를 정치자금으로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 정가에서는 2008년 12월 설립된 티엠테크 실소유주가 이 전 의원이라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검찰은 이구택·정준양 전 회장 등을 불러 이 전 의원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에 대해 추궁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구택 전 회장이 임기를 남기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물러난 것과 티엠테크가 연관이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즉, 이 전 의원이 이 전 회장에게 티엠테크 용역을 부탁했다가 거절을 당했다고 한다. 그 직후 이 전 회장이 교체됐다는 것이다. 정황상 이 전 회장이 티엠테크 때문에 물러났을 개연성이 높다고 본다. 이 전 회장 뒤를 이은 정준양 전 회장으로선 아마 이 전 의원 측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정 전 회장을 검찰로 불러 이 부분에 대해 물어봤다”면서 “(티엠테크의 차명 보유 의혹에 대해선) 수사가 진행 중이며 이 전 의원을 검찰로 불러 확인해볼 것”이라고 귀띔했다.
검찰은 이 전 의원뿐 아니라 또 다른 친이계 인사들에 대해서도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가 친이계 인사들과 관련이 있는 협력업체에 일감을 주고, 이 과정에서 조성된 비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첩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앞서의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포스코 수사가 협력업체 비리 수사를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전 의원뿐 아니라 여러 명의 친이계 의원들이 추가로 소환될 수 있다”면서 “수사의 성패는 정준양 전 회장 입에 달려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검찰은 이 전 의원 외에 친이계 이병석 의원이 포스코 청소용역업체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해당 청소업체 대표는 이 전 대통령 팬클럽 대표를 지낸 바 있다.
포스코를 향한 이러한 강도 높은 수사엔 여권 핵심부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3월과 9월, 각각 이완구 전 총리와 김현웅 장관이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직후 가장 먼저 포스코가 타깃이 된 게 우연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기자와 만난 박근혜 대통령 측근 원로 인사는 “전 정권 실세들은 마치 포스코를 사금고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자신들과 연관이 있는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뒤 이득을 챙겼다. 지난 정권에서 포스코 자산 상태가 악화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보고도 있었다”면서 “이러한 내용을 접한 박 대통령도 문제의식을 나타냈던 것으로 안다. MB 정권에 대한 깊은 실망감은 지금의 사정 정국 배경이 되고 있다.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들이 빠져나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친인척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서도 첩보를 입수, 사실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흥미로운 부분은 김윤옥 여사 이름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농협중앙회 등 MB 정권 관련 수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김 여사 친인척에게 특혜를 줬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김 여사 친인척이 현재 검찰 수사 리스트에 오른 기업으로부터 입찰을 따낼 때 부적절한 외압이 있었다는 내용”이라면서 “아직 확인 단계라 뭐라고 말할 순 없지만 (김 여사에 대한 조사 역시) 불가피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향후 김 여사에게로까지 번질 것으로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또한 사정당국 주변에선 이 전 대통령 차명 보유 의혹이 해소되고 있지 않은 다스 역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점친다. 검찰이 올해 초부터 다스의 자금 부분을 스크린 해왔던 것으로 알려진 까닭에서다. 또 범죄정보를 수집하는 부서에서는 다스와 관련된 비리 첩보를 이미 여러 건 생산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해당 부서의 한 관계자는 “정권 초부터 다스는 꾸준히 자료를 모아 왔다. 윗선의 ‘OK’ 사인만 나면 바로 수사할 수 있는 건도 있다. 지금의 사정 정국에서 다스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스는 이 전 대통령 아들 시형 씨가 사실상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회사다. 다스 수사가 현실이 될 경우 시형 씨 역시 자유롭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이처럼 이 전 대통령 일가, 다스 등을 겨누고 있다는 것은 여권 핵심부가 사실상 MB 정권을 제대로 ‘손’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서초동 주변에서는 검찰의 칼끝이 과연 이 전 대통령까지 향할 수 있느냐를 놓고 벌써부터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앞서의 박 대통령 측근 원로 인사는 “사실상 (MB와 관련된) 모든 의혹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보면 맞다. 국정 동력 확보라든가 친이계 죽이기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말 그대로 ‘부패와의 전쟁’ ‘비정상화의 정상화’로 보는 게 적절할 것”이라면서 “포스코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느냐를 유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