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 들이다 개봉… 연기 잘 익었대요
▲ 드라마 출연 당시 연기력 논란으로 가슴앓이를 해야 했던 박정아는 이번 스크린 주연 데뷔작에서 좋은 연기 점수를 받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하루 두세 시간밖에 안 되는 수면시간, 게다가 쉬는 날도 거의 없다. 매번 새벽에 일이 끝나 가끔 자정 무렵 집에 들어가는 날이면 “오늘은 일찍 끝나서 신난다”며 좋아한다는 그. 인기 절정의 여성그룹 주얼리를 이끌고 있는 리더 박정아는 이렇게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함께 주얼리를 이끌어온 서인영이 초고속 인기가도를 달리는 모습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며 2년여 만에 개봉된 영화 <날라리 종부전> 때문에 가슴 졸이고 있는 그를 만났다.
“처음엔 개봉 못하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어요. 물론 속은 상했지만 우리 영화만 그런 게 아니니까요. 그러다 2년여의 시간이 흘렀고 너무 안타까워하면서도 그냥 개봉을 포기하고 있었어요. 개봉한다는 얘길 5월 초에 들었거든요. 너무 좋으면서도 걱정됐어요. 뭐랄까 2년 전에 맞을 짓을 했는데 이제야 그 매를 맞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지난 3월 주얼리 2기 멤버들이 새 앨범을 내고 음반활동을 시작할 즈음 가진 인터뷰 당시 매니저는 가급적이면 박정아에게 영화 얘기는 묻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이미 개봉이 안 될 거라 포기한 그에게 상처가 되는 질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득 지난 2006년 12월 가졌던 박정아와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본래 영화 <날라리 종부전>이 2007년 초에 개봉될 예정이었던 터라 당시 박정아의 얼굴엔 개봉을 앞둔 영화에 대한 설렘이 가득 묻어있었다. 그런 설렘이 2년 동안 곪아 상처가 됐고 이제는 부담이 돼 버린 것.
결국 어렵게 영화는 극장에 걸렸지만 흥행 성적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다행히 박정아의 연기력에 대한 논란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박정아의 연기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칭찬의 소리가 자자할 정도다. 연기력 논란으로 인해 심한 가슴앓이를 해야 했던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 방영 당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인 셈이다.
“그때가 가장 힘겨웠던 시간이었어요.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없다며 스스로 담대하지 못했던 부분이 가장 아쉬워요. 연예계에 데뷔한 뒤 긴 호흡을 가지고 일해왔는데 그 당시엔 잠시 호흡법을 잃어버린 듯했어요. 하지만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시청률에선 실패였는지 몰라도 인생에서는 큰 기회가 아니었나 싶어요.”
▲ 영화 <날나리 종부전>의 한 장면. | ||
“다 그런 말씀 하세요. 심지어 음해하는 사람도 많은데 정말 어이없어요. 솔직히 얘기해서 약간은 자극이 되지만 질투의 개념은 아니에요. 난 항상 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니까. 한번은 아버지에게 내가 도태되고 있는 건지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아버진 인영이가 노력해서 나를 앞서거나 추격하는 것일 뿐이라며 만약 지금의 자리가 못마땅하면 더 열심히 노력해서 같이 앞으로 나아가라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박정아는 ‘스물넷 전성기론’을 주장한다. 올해 스물넷인 서인영이 전성기를 누리고 있듯이 자신 역시 그 나이에 가장 많은 인기를 누렸었다며. 아마도 여자 연예인은 스물넷이 대중들과 가장 코드가 잘 맞는 시기라서 그런 것 같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서인영에게 가장 부러운 부분은 살아있는 캐릭터를 갖고 있는 점이라고. 박정아 자신은 ‘천상여자’와 ‘털털한 선머슴’ 중간의 모호한 캐릭터인데 반해 서인영은 자기만의 캐릭터가 분명한 게 가장 부럽다고 말한다.
박정아는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포르테’보단 ‘모데라토’의 개념으로 한 계단씩 밟아 올라왔다. 그리고 앞으로 그가 오를 계단은 무수히 많다. 흔들림 없이 ‘박정아답게’ 올곧이 ‘그의 세상’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