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도 서러운데 집안싸움이 웬말
파주 웅지세무대학이 교육부 대학평가에서 4년 연속 최하 등급 판정을 받은 가운데 학내문제로 시끄러워 주위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웅지세무대학 전경.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웅지세무대학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부터다. 교육부에서 진행하는 대학평가에서 4년 연속 최하 등급 판정을 받았고, 학생들의 장학금 지급 제한 등 불이익이 현실화되자 교수 34명이 학교 측에 의견서를 보내 운영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후 새로운 총장이 선출됐고, 학교의 시스템 정비를 내세우며 묵시적으로 갱신돼 오던 교수들의 계약서 작성을 하겠다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4명의 재임용을 취소했다. 학교 측에서 내세운 이유는 해당 교수들이 재임용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
교수협 측의 말은 달랐다. 재임용 계약서에 부당한 조항 때문이라는 것. 계약서에는 ‘강의 현황을 녹화하는 데 동의한다’, ‘본 계약서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은 임용권자가 정한다’는 등의 ‘독소 조항’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교수협 측은 계약서 내용에 대한 협의를 학교 측에 요구했지만 묵살됐다.
지신호 교수협의회장(세무행정과 조교수)은 “협의를 요구하자 ‘사인하지 않으면 잘라버리겠다’는 말이 돌아왔다. 2009년 첫 임용 때부터 계약서는 존재하지 않았고, 또 3년 계약기간이 연장되면서도 묵시 계약이 이뤄졌고, 재임용은 법인 정관에 따라 계약 만료 두 달 전에 이뤄져야 한다. 1월에 이뤄졌어야 할 계약을 6월에 했기 때문에 올해도 암묵적으로 재임용에 동의했다고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사인하지 않은 걸 학교 측에서 문제 삼을지 몰랐다”고 말했다.
부당한 내용은 더 있었다. 평소 학교 측에 ‘찍힌’ 교수는 3년짜리 재임용 계약이 아닌 1년짜리 계약서를 학교 측에서 내밀었던 것. 지 교수는 “김 아무개 교수는 평소 이사장이나 총장 앞에서 학교 운영에 대해 쓴 소리를 자주 하는 분이었다. 근거도 없는 1년짜리 계약서였다. 해당 교수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바로 제소했고, 소청위에서 재임용 단축처분 취소가 결정됐다. 그럼에도 취소 결정 당일 해임됐다”며 “또 학교 설립 10년이 지났지만 테뉴어(종신재직권)를 받은 교수가 없다. 학교 측에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내년에야 정교수 지위를 주겠다고 약속한 상태다”고 말했다.
문제는 더 있었다. 바로 설립자 송상엽 전 이사장(50) 관련 의혹들이다. 송 전 이사장은 2008~2013년 교비 108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사립학교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은 강의를 할 수 없음에도 송 전 이사장은 강의를 하고 있다. 학교 측은 그가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송 전 이사장이 소유한 교육동영상 제작업체를 통해 석연찮은 명목으로 교비가 쓰인 사실도 최근 드러났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복리후생을 목적으로 무료 동영상 강의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무료라고 소개한 영상은 한 학기에 1인당 35만 원씩 책정해 교비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정원 약 1800명을 대상으로 한 학기 6억 2000만여 원, 1년에 12억 원이다. 해당 예산은 수년에 걸쳐 학생, 학부모들이 모르는 사이에 등록금에서 충당되고 있었다.
학교 측은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려 했지만 번번이 유찰됐고, 결국 수의계약을 통해 송 전 이사장의 업체를 선정했고 시장 가격에 비해 저가로 계약이 체결돼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오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계약을 종료했다. 학교 측 관계자는 “해당 업체와는 계약을 완전히 종료했다”고 밝혔다.
송 전 이사장 관련 의혹은 더 있다. 친인척, 친구까지 학교 요직에 앉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박윤희 현 이사장은 송 이사장의 부인이며, 남동생 역시 대학 교수로 최근 임용됐다. 또 여동생, 처남, 친구까지 학교 곳곳에서 일하고 있다. 학교의 기숙사를 관리하는 별도의 업체 역시 송 전 이사장의 지인이 대표로 일하며 억대 연봉을 챙겨가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 측 관계자는 “송상엽 설립자의 지인과 인척이 근무하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쳐 합당한 능력이 있는 분들을 채용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혹이 점차 커지자 학교 측은 학생들을 상대로 ‘검열’에 나섰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학교 관련 비판 글과 기사가 속속 지워지고 있는 것. 교수협 관계자는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자를 학교 측에서 찾아내 바꿨다는 소문이 있다”고 귀띔했다. 학교 측은 “전적으로 학생들이 관리하고 운영하는 곳이다. 해당 글이 삭제된 것을 알고 있지만 학교는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송 전 이사장이 개인 채무관계 때문에 피소된 사실도 <일요신문>이 단독 확인했다. “학교 교직원 월급을 줘야 하는데 돈이 없다”는 명목으로 지인 황 아무개 씨로부터 5억 2000만 원을 빌려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것. 송 전 이사장은 “학원을 운영하면 17억~18억 원은 벌 수 있다. 담보로 당좌수표를 발행해주겠다”고 말했으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자를 일부 지불했을 뿐 원금을 갚지 못했다.
송 전 이사장은 지난 1월 300억 원 규모의 채무를 사유로 개인회생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이에 대해 송 전 이사장 측 관계자는 “돈을 갚겠다고 의사를 표했으나 황 씨 측에서 형사고소까지 해 더 어려워진 상태다. 학원을 처분하고 강의를 계속하는 등 송 전 이사장도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일련의 의혹들에 대해 송 전 이사장은 <일요신문>에 “자비 들여서 학교를 일궈놓자 설립자의 영향력을 끊으려는 세력들이 주도한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수 4명의 재임용 취소 건과 관련해서 송 전 이사장은 “3년마다 같은 내용으로 계약을 해왔다. 주 3일, 9시간 근무에서 주 4일, 12시간 근무로 바뀐 것뿐이다. 본인들이 일 더하기 싫어서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은 건데 학교 측에 책임을 물으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영상 제공 건에 대해서도 온전히 학생들이 더 열심히 공부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다. 교육부의 감사까지 받은 일인데 이제 와서 문제가 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특수관계인의 업체와 계약을 맺은 게 외부에서 보기 좋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계약을 종료했다”며 “남동생은 박사학위까지 갖추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서 교수로 채용했을 뿐이다.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해 영향력을 미친다는 얘기도 총장에게 의견을 개진했을 뿐이다. 이마저도 못하면 학교 설립자로서 무슨 일을 하겠느냐”고 항변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웅지세무대학은 어떤 곳? 파주시장 자살과 관련 있나 웅지세무대학은 지난 2004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세무회계 특성화대학이다. 2년제 전문대학으로 출발해 현재 3년제로 변경, 180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회계정보과, 세무정보과, 세무행정과, 국제회계과 등 5개 과가 운영 중이며, 세무사, 회계사, 세무공무원 등의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이 입학한다. 시험을 한 학기에 5번 실시하고, 전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의무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등 높은 학구열로 유명했다. 설립자인 송상엽 전 이사장은 회계 관련 분야의 입지전적 인물로, 관련 서적과 학원사업으로 돈을 벌어 세무전문대학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학은 설립 승인 과정에서 수도권 대학설립 규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대학 설립 과정에서 고 이준원 파주시장이 대학 측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검찰 수사에 부담을 느낀 이 전 파주시장은 2004년 6월 한강으로 투신했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