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좀 썼는데 저 예쁜가요^^”
▲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안녕하세요.”
영화 속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영화 속에서 ‘체크아웃 해달라’는 호텔 직원의 전화에 “움취움움취 쉐키라웃~”이라며 노래를 부르던 것과 달리 예의바르고 차분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예지원은 너무도 참한 분위기다. 하지만 작품을 고르는 그의 안목을 살펴보면 역시나 독특하다.
“드라마 <줄리엣의 남자> 때는 비련의 여주인공이었죠. 전 그런 캐릭터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영화 <귀여워> <죽어도 해피엔딩>,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 등 작품을 고를 때마다 독특한 걸 고르게 되더라고요. 그제야 제 취향은 ‘이쪽이구나’ 싶었죠.”
이번 영화 속 캐릭터인 ‘유진’처럼 푸들 같은 퍼머 머리로 시사회장에 나타날까 했었다는 예지원은 주위 사람들의 적극적인 만류로 인해 우아한 헤어스타일로 꾸몄다고.
“가장 참하고 예쁘게 입고 왔는데 예뻤나요?”라며 천진하게 웃는 예지원이지만 어쩔 수 없이 풍겨 나오는 엉뚱한 본능을 어쩌랴. 영화 속 계절이 겨울이라 눈이 왔어야 할 장면에서 실제로 비가 내렸다면서 “몇 장면 안 남았는데 갑자기 ‘비님’이 오시는 거예요”라며 극존칭까지 쓴다.
영화에선 “술은 날 배신하지 않아”라면서도 술만 마셨다 하면 필름이 끊겼는데 실제론 그저 즐기는 수준이란다.
“대학생 때는 술을 싫어해서 남들이 술을 마셔도 저는 주스를 시키는 애였어요. 20대 중반이 지나면서 와인에 빠져 술을 마시게 됐죠. 하지만 여전히 혼자서는 술을 못 마셔요. 제가 좋아하는 분과 맛있는 수다가 있어야 술을 마시죠. 주량이요? 글쎄요. 정확히는 재보지 않았는데 와인 한 병 정도가 딱 좋은 것 같아요.”
▲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한 장면. | ||
촬영 중 맥주를 연거푸 열 잔 가까이 들이켰다니 힘들었을 터. 저예산 영화라 빡빡한 촬영일정 속에서 링거투혼을 발휘해가며 석 달 만에 영화를 완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지원은 “그보다는 영화가 ‘신파’ 혹은 ‘가벼움’에 치우치지 않도록 선을 잘 지키느라 힘들었다”고 말한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자연스러운 ‘유진’을 보여주고 싶어서 영화 시작 전부터 끝날 때까지 감독님과 1000번 넘게 얘기했어요. 설령 스스로 제 연기가 좋았다고 생각돼도 감독님께 여쭤보고 조언을 구했죠.”
이렇듯 심혈을 기울인 영화 안에서 예지원은 그만의 다양한 끼까지 쏟아 부었다. 한국무용뿐 아니라 재즈발레, 살사댄스 등 다양한 춤을 섭렵한 예지원답게 시원한 춤사위를 보여주는가 하면 너무도 감동적인 발라드로 그의 개그에 자지러지던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이처럼 다양한 끼를 지닌 그가 어째서 뮤지컬 활동은 활발하지 않을까.
“좀 더 저에게 알맞은 좋은 작품을 기다리고 있어요. 사실 뮤지컬 <대장금> 때 출연제의를 받았었어요. 하지만 영화촬영과 맞물려 출연하지 못했죠. 조만간, 언젠가 꼭 뮤지컬을 할 거예요.”
시종일관 밝은 예지원을 보고 있자니 어째서 그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꾸민 것이 아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쾌활함이 그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영화를 찍으며 “행복이 뭘까 생각해봤는데 주변의 작은 것들이 바로 행복이었다”는 예지원은 <일요신문> 독자에게도 ‘La vie est belle’(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