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고객정보로 ‘낚시질’
한 피해자는 “우리 가족의 몇몇 보험을 관리하는 가까운 설계사가 보험 상품과는 별개로 ‘FX마진’을 통해 고수익을 올려준다며 한 펀드에 가입을 권했다”며 “특히 주변 가입자를 더 끌어들이면, 더 많은 수익을 올리게 해주겠다고 해서 가입했다. 후에야 불법 유사수신 상품이었지만 해당 설계사는 ‘자신도 몰랐다’며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보상을 받을 길이 막막하다”라고 털어놨다.
보험설계사가 이러한 별개의 위험한 상품에 손을 댈 가능성이 큰 이유는 그들의 환경과 관계가 깊다. 한 생명보험사 부지점장급 설계사는 “내 주변만 하더라도 3명 중 1명은 불법 유사수신 상품을 포함한 다단계 영업에 손을 대는 것 같다”며 “사실 이러한 일이 어제 오늘 만의 일은 아니다. 어차피 우리 일이 영업이다. 이미 기존의 고객 명단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수익을 바라는 설계사들이 쉽게 나서게 된다”고 지적했다.
재무설계 파트를 맡고 있는 또 다른 설계사는 “대놓고 하진 않지만, 내 주변에도 알게 모르게 이러한 불법 영업에 나서는 것 같다. 설계사들은 일정한 수익이 있는 직업이 아니다. 현재와 같은 시장 포화상태에서 보험만 팔아서는 절대 먹고 살기 힘든 상황”이라며 “설계사들이 이렇게 위험한 불법 유사수신 상품 영업에 나서게 된 이유는 다 먹고 사는 문제 탓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일선 설계사들이 기존의 보험사 가입 고객들을 상대로 위험한 유사수신 상품 영업에 나서도 해당 보험사들이 제지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앞서의 부지점장급 설계사는 “무엇보다 영업력이 있는 설계사라면, 회사 입장에서도 터치하기 어렵다. 수익을 가져다주는 설계사를 내치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면서 “알고도 눈 감아 주는 경우가 많다. 특히 회사 전속 설계사가 아닌, 대리점 소속 설계사들은 이를 제지하기 거의 어렵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유사수신 상품을 취급하는 설계사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전속 설계사들의 경우, 사측과 규정 계약을 맺게 되는데 대부분 계약 내용에는 다른 상품을 취급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해당 계약에 따라 사측도 당연히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이러한 전속 설계사들은 영업력에 자신만 있다면, 대리점으로 나가겠다고 하면 그만이다. 사측 입장에서도 이를 효과적으로 막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다”고 진단했다.
보험 및 불법 유사수신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금융감독원 측 역시 현실적으로 제지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금감원 생명보험 검사국 관계자는 “한 보험사의 전속 설계사라도 사측과는 일반적인 노사관계가 아니다. 설계사는 영업에 따른 수익을 가져가는 일종의 개인사업자 신분”이라며 “보험사 고객 정보 역시, 단지 사측의 것이냐, 아니면 설계사 개인의 영업 자산이냐가 참 애매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이렇게 불법 영업에 나서는 설계사들은 당국 입장에서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단속하고 제지를 가하는 수밖에 없다”라며 “애초부터 보험 가입자들은 불법 유사수신 상품 가입을 권하는 설계사들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