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설립된 지 1년이 안됐던 G사는 조폐공사와 거래를 시작한 것을 기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G사는 3년 뒤인 지난 2002년 조폐공사의 월드컵 기념주화 은소전 납품업체로, 2008년에는 메달이나 골드바 등 특수압인물을 취급하는 외주가공업체로 선정되는 등 조폐공사와 16년간 거래를 이어왔다.
특히 지난 2014년에는 조폐공사가 신규 진출한 골드바 사업 납품계약을 수주하면서 연매출액은 전년도 692억 원보다 37.8%(262억 원) 급증한 954억 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조폐공사로부터 일감을 받은 G사의 설립자이자 대주주는 이 아무개 씨다. 그의 아버지는 지난 1992∼1994년 조폐공사에서 감사로 재직한 바 있는 이 아무개 예비역 소장으로 확인됐다.
육군사관학교 18기 출신인 이 전 감사는 총동창회 부회장을 지낼 정도로 육사 출신 사이에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이 전 감사의 아들이 지난 1998년 G사를 세우고 이듬해 조폐공사와 첫 거래를 시작할 당시 조폐공사에는 이 전 감사의 육사 후배인 A 씨(육사21기)가 감사직을 맡고 있었다.
이에 박원석 의원은 “사실상 한국조폐공사가 육사 출신 전직 감사의 아들 회사를 협력·납품업체로 선정해 놓고 일감 몰아주기를 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조폐공사와 G사 사이의 최근 5년여 간 거래규모는 총 2021억 원에 달했다. 거래 건수는 276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3건만 경쟁 입찰이고, 나머지는 수의계약이나 3자 계약 방식이었다. 지난해 조폐공사가 뛰어든 자체 골드바 제작사업 역시 수의계약을 통해 G사에 돌아갔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조폐공사 측은 박원석 의원에게 “외주가공업체 재평가를 실시해 자금·품질·생산 등 부적격 사유가 없는 업체를 골라내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G사는 지난해 회계법인 감사에서 중요 회계정보를 빠뜨렸거나 기준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제시되는 ‘한정의견’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지난 5월에는 조폐공사 자체감사에서 골드바 사업의 금형관리, 가공품 반출입 등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원석 의원은 “공기업이 전직 감사와 연관된 회사에 16년간 일감을 몰아줬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G사가 협력업체로 선정되고 골드바 입찰을 따내는 과정에서 유착과 비리, 특혜가 없었는지 감사원 감사를 통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폐공사 측은 “골드바는 다른 제품과 달리 제조능력이나 품질관리, 보안 등이 중요해 경쟁 입찰을 하지 않고 공사 내부위원회 논의를 거쳐 수의계약 업체를 선정한다”며 “자체감사에서는 내부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지적된 것”이라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