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권은 아빠 그럼 양육권은?
▲ 지난 4일 오전 최진실의 발인에서 전 남편 조성민 씨가 슬픔에 잠겨있다.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최진실의 전 남편 조성민 씨는 지난 2004년 최진실과 이혼하면서 자녀의 친권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조 씨는 최진실 측 변호사를 만나 그동안 최진실의 어머니와 동생 최진영에게서 빌린 채무 1억 8000여만 원과 그 외의 부채를 탕감받고 최진실 측에서 모든 소송을 취하해주는 조건으로 최 씨에게 친권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친권자인 최진실이 사망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조 씨가 포기했던 친권에 대한 권한은 자연스럽게 조 씨가 갖게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 법률상으로는 이혼한 부부가 한쪽이 사망했을 경우 친권에 대한 특별한 규정은 없지만 남은 한쪽이 자녀를 키우는 것이 관례로 돼 있다는 것이 법조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친권과 양육권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 중론이다. 친권과 달리 양육권은 자동으로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다른 의견이 없는 건 아니지만 친권은 조 씨에게 넘어가도 양육권은 자녀를 키우던 쪽에 있다는 견해가 법률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한 법무법인 법률사무소의 관계자는 “조 씨가 친권을 포기한 것이지 친권이 소멸된 것은 아니다. 최진실의 사망으로 조 씨는 다시 친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하지만 양육권은 다르다. 사망할 당시 자녀의 양육권을 어느쪽에서 가지고 있었느냐가 결정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이처럼 조 씨가 양육권에 대해 소송을 하더라도 현재 상황에서는 조 씨가 양육권을 가져오기는 상당히 불리하다는 견해가 많다. 특히 최근 가정법원은 이혼자의 재혼 여부가 양육권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인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이마저 불리한 상황이다. 조 씨는 고인과 이혼한 직후인 지난 2003년 세 살 연상의 심 아무개 씨와 재혼했다.
법무법인 청담의 김진우 변호사는 “자녀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것은 15세 이상의 경우인데 고인의 자녀들은 이보다 훨씬 어리다”며 “판례는 별거 후 현재까지 그 자녀를 누가 양육해왔는가를 양육권 지정을 할 때 주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자녀의 양육환경과 아이와의 친밀도를 크게 고려하고 있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만약 조 씨가 아이들 외가 측과 양육권 소송을 벌이더라도 양육권을 가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또 고인이 조 씨와 헤어지면서 자녀들의 성을 최 씨로 바꾼 것 역시 아이들 외가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견해도 내놨다.
반면 일각에서는 조 씨가 소송을 벌인다면 양육권은 당연히 조 씨가 가져갈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박복순 한국여성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민법에서는 이혼한 부부 중 한 쪽이 사망했을 때 남은 쪽이 자녀를 키우는 게 상식으로 통한다. 이혼의 사유가 가정폭력 등 아버지로서의 결격사유가 아니었다면 조성민 씨가 권리를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육권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고인이 남기고 간 재산을 누가 관리하느냐”는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민감한 부분이다. 확실치는 없지만 고인은 27억 원에 달하는 잠원동의 자택과 삼성동의 빌딩 등을 합쳐 대략 300억 원에 달하는 자산을 남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행법상 조 씨는 고인과 이혼한 만큼 재산에 대한 상속권이 없고 고인의 재산은 모두 그의 두 자녀에게 상속된다. 따라서 유산은 친권을 지닌 쪽에서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관리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도 간단치 않은 문제가 있다. 친권과 양육권이 충돌하는 경우다.
김진우 변호사는 “양육권은 친권에 포함된 개념이지만 친권에 비하여 보다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친권과 양육권 간의 충돌이 있을 때는 양육권이 우선한다”며 “이 경우 미성년자가 상속받은 재산의 관리 역시 양육권을 가진 쪽에서 관리하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양육권을 지닌 쪽에서 두 자녀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유산을 관리하게 된다는 것.
한편 유가족들과 조 씨 측 모두 아직까지 아이들의 친권과 양육권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만약 조 씨가 아이들에 대한 양육권을 주장한다면 유족들이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인이 생전에 자녀들의 양육권을 갖기 위해 그토록 매달렸고 자녀들의 성까지 바꾼 것을 유족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이는 법정공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유족 측에서는 친권상실 심판청구 및 후견인 변경 청구를 할 수 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