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는요?

소송에만 2억여원 지출

[일요신문] 박정희 전 대통령 장학회인 ‘정수장학회’도 장학금에 써야 할 억대의 기금을 엉뚱한 곳에 쓴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박정희 전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이 이사진으로 참여해 운영되어 온 정수장학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 직접 이사장을 맡은 바 있다. 
 

정수장학회 사무실 입구. 임준선 기자 [e-mail]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이 분석한 ‘공익법인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장학회 신고서류’에 따르면 정수장학회는 소송에 대응하느라 ‘2억 2000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소송은 지난 2010년 2월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의 설립자 고 김지태 씨의 유족이 “박정희 정권 시절 장학회를 헌납한 것은 강압에 의해서다”라며 국가와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1심과 2심 모두 유족 측의 주장을 인정했지만, 청구시효가 소멸했다는 이유로 기각했고, 대법원에서 유족 측 최종 패소로 판결이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정수장학회는 변호사비 2억 2000만 원 지급을 이사진의 동의를 거쳐 의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억대의 변호사 비를 지급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의 토론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2013년 11월 11일 열린 ‘정수장학회 2013년도 제5차 임시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사진들은 변호사비 지급을 이견 없이 전원 동의했다. 박홍근 의원은 “타의 모범이 돼야 할 대통령 관련 장학회가 장학금으로 써야 할 거액의 돈을 소송비로 쓰는 것은 부끄러운 현실”이라며 “감독관청인 서울시교육청은 이들 장학회를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