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한파에 고개 숙인 인기 MC들

방송사 기침에 ‘안방 출근’ 날아갔다

	▲ 방송사들의 ‘제작비 다이어트’ 바람이 거센 가운데 강호동 유재석 같은 특A급 MC들을 제외한 나머지 MC들은 출연 기회가 대폭 줄어들었다.

아무래도 시청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연예인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MC나 고정 패널로 활동하는 방송 MC들이다. 그들 역시 연예인임에도 톱스타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여 때론 시청자들이 동질감까지 느낄 정도다. 생활상 역시 배우나 가수들과는 다르다. 가수나 배우가 휴식기와 활동기를 구분해 활동기에 목돈을 버는 전문직 프리랜서라면 MC는 쉬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일하는 일용직 비정규직에 가깝다. 물론 그들 역시 회당 출연료가 수백 만 원대인 고소득자다.

한국 사회, 아니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연예인 역시 피해갈 수 없다. 특히 ‘연예계 일용직 비정규직’인 인기 MC의 경우 상당수가 ‘백수’가 될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강병규 정선희 신동엽 이혁재 정형돈 박명수 박수홍 강수정 이윤석 윤정수 이병진 등등. 이상은 이번 가을 개편을 통해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MC들이다. 강병규와 정선희의 경우 방송 외적인 원인들에 따른 방송 하차로 볼 수 있지만 다른 MC들의 경우 특별한 이유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유재석 강호동에 이어 최고의 MC로 손꼽히는 신동엽의 경우 <경제비타민>이 종영하면서 SBS <일요일이 좋다> ‘골드미스가 간다’ 코너에만 출연하고 있지만 그 역할이 매우 작다. <무한도전>의 높은 시청률로 인기 MC 반열에 등극한 정형돈과 박명수 역시 이번 겨울이 무척이나 춥다. 정형돈의 경우 <미스터리 특공대>와 <브레인 배틀>이 종영되면서 <무한도전>과 <일요일일요일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우결)’에만 출연하고 있지만 ‘우결’에선 더부살이 캐릭터로 비중도 더부살이 수준이다. 케이블 TV MBC DRAMA의 에서 메인 MC 자리를 맡았지만 공중파에서의 설자리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 영원한 2인자 박명수 역시 <경제비타민> <브레인배틀> 종영, ‘우결’ 하차 등으로 이제는 <무한도전>과 <해피투게더3>에만 출연하며 MBC 라디오 <두시의 데이트 박명수입니다> DJ를 맡고 있다. <무한도전>에서 개편 때마다 멤버들이 고정 프로그램 섭외를 두고 절박한 심정을 밝히곤 했는데 적어도 정형돈과 박명수에겐 이번 가을과 겨울이 실제로 가장 절박한 시기가 됐을 것이다.

이혁재의 경우 <미스터리 특공대> 종영, ‘우결’ 하차로 백수가 될 위기에 처했지만 다행히 이번 개편에서 신설된 KBS 2TV <로드쇼! 퀴즈 원정대>와 케이블 TV MBC Every1 <기상천외! 묻지마 선수단>에 섭외됐다. 또한 <브레인 배틀> 폐지로 공중파 활동이 중단된 박수홍은 EBS <최고의 요리비결> MC와 KBS 라디오 <두근두근 11시> 등에 출연하며 공중파 3사 프로그램 재입성을 노리고 있다.

	▲ 강수정.

폐지와 ‘우결’ 하차로 잠시 백수가 됐던 강수정은 MBC <오늘밤만 재워줘>에 섭외돼 근근이 방송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올해 들어 부쩍 공중파 출연이 줄어든 이윤석의 경우 tvN <나는 PD다>로 활동을 이어왔지만 이 역시 곧 폐지될 예정이다. 다만 가을 개편에서 KBS 라디오 <이윤석 윤정수의 오징어>에 DJ로 들어갔다.

문제는 가을 개편이 끝이 아니라는 것. 특 A급 MC 몇몇을 제외하면 하나같이 언제 공중파 방송에서 밀려날지 모르는 위기가 엄습하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유재석 강호동을 제외하면 모두가 위기인 셈. 꾸준한 이휘재, 최근 급성장한 박미선, 떼거지 MC 체제에서 빛나는 신정환 윤종신 노홍철 김구라 등이 그나마 안정권에 들어있는데 이들 역시 불안하긴 매한가지다.

가장 큰 이유는 방송국이 제작비 절감을 위해 인기 MC들의 활용도를 크게 낮춘 것. 지난 몇 년 사이 인기 MC들의 활용도가 높아져 교양성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정통 교양 프로그램에도 출연해왔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이번 가을 개편에서 확연히 달라진 것. 이번 개편에서 폐지된 프로그램들의 공통점 역시 불필요한 MC 줄이기다. 대표적인 폐지 프로그램인 SBS <미스터리특공대> <공통점을 찾아라> KBS2 <두뇌왕 아인슈타인> <경제비타민> MBC <브레인배틀> 등의 경우 예능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오락보다는 교양이 강조된 프로그램이고 SBS <행복발전소>의 경우 김구라 김현철 김진 등 전문 MC를 기용했지만 교양 프로그램이었다.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은 개편 때마다 폐지되고 또 새로이 신설된다. 지난 봄 개편 당시 상황을 봐도 프로그램이 폐지돼 사라진 일자리가 7~8개가량이었지만 신설 프로그램으로 생긴 새 일자리도 10개 이상이었다. 결국 개편 때마다 프로그램을 옮겨 다니며 일자리를 유지해온 것. 그런데 이번 개편부터는 이런 장르의 프로그램 진행자로 MC가 아닌 아나운서를 기용하는 게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결국 MC들의 역할이 재미와 오락을 강조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국한되어 가고 있다. <무한도전> <황금어장> <놀러와>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등의 프로그램이 건재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렇지만 이들 프로그램 역시 곧 구조조정에 들어간다는 얘기가 방송가에 흉흉히 나돌고 있다. <놀러와> <해피투게더> <야심만만2-예능선수촌> <샴페인>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 초대 게스트의 얘기를 들어주며 맞장구를 쳐주는 고정 패널의 대거 방출이 임박했다는 내용이다. 최근 몇 년 새 방송가의 흐름이 고정 패널이 대거 출연해 떠들썩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이는 고정 출연료 증가로 제작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방식이다. 결국 ‘떠들썩한 분위기’를 포기하고 ‘차분한 토크쇼’ 형식으로 가면 제작비를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방송 3사 예능국 관계자들 역시 이런 방송가의 예측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한다. SBS 박정훈 예능국장은 “제작비 절감에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출연자 조정 역시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이렇게 된다면 그나마 안정권으로 분류된 신정환 윤종신 노홍철 김구라 등의 자리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 (왼쪽 위부터) 신동엽, 남희석, 이혁재, 정형돈, 박명수, 이윤석.

연예인보다 아나운서에 가까울 만큼 안정적인 진행을 선보이던 MC들의 경우 그 자리를 현직 아나운서에게 내줄 위험성이 크다. 대표적인 경우가 김제동이다. 안정된 진행에 위트 넘치는 말솜씨를 자랑하는 김제동의 경우 <연예가중계> MC 자리를 한석준 아나운서에게 넘겼다. 여전히 김제동 고유의 지적인 재미가 갖는 가치는 남다르지만 요즘 같은 불황에선 더 지적인 아나운서나 더 자극적인 MC에게 밀릴 가능성이 높은 것. 지석진 남희석 등도 비슷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료도 대폭 내려갈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한 인기 MC의 매니저는 “이미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출연료를 내리려는 움직임은 없지만 신설 프로그램의 경우 기존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부르고 있다”면서 “시청률을 감안해 메인 MC는 놓칠 수 없어 그들 몸값은 더 올라가고 패널로 활동하는 B급 MC들의 출연료만 낮아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얘기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MBC <음악여행 라라라>다. 연출을 맡은 여운혁 PD는 “기존 음악 프로그램보다 훨씬 저렴한 제작비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며 애초부터 기획의도가 저가 프로그램임을 분명히 했다. <황금어장>의 ‘라디오스타’ 출연 MC 네 명이 그대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데 출연료가 <황금어장>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예관계자들은 가요계나 영화계, 그리고 드라마계에 비하면 그나마 예능계가 가장 숨통이 트여 있다고 얘기한다. 제작비 절감을 강조하고 있지만 고정적인 시청률로 인해 자금의 흐름도 가장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예능계 역시 대대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음이 분명하다. 또한 휴식기를 갖다 새 음반이나 영화, 또는 드라마로 목돈을 버는 이들과 달리 MC들은 매일매일 출연하는 프로그램 출연료에 의지하고 있는 이들이다. CF 등 부가수입도 크지 않다. 따라서 불황의 여파에 가장 많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들도 바로 MC들이라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신민섭 기자 [e-mail]
문다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