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씨엔씨 어퓨, 계약 중단 가맹점주에 “9억8천만 원 물어라” 소송
2013년 1월초. 부산에서 화장품 브랜드숍을 운영하던 K씨는 서울 명동에서 에이블씨엔씨(회장 서영필)의 세컨드 브랜드인 어퓨 매장을 열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은 부산에 남겨두고 홀로 올라왔지만 모든 게 잘 될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K씨가 운영하던 어퓨 명동 매장 전경.
“가맹본사를 위해 밤낮 없이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그 대가가 이렇게 혹독할 수 있나요? 제발 힘없는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상권인 명동지역 특성상 매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홍보효과가 있다. 때문에 각 브랜드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맹점에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퓨 매장 계약 후 서영필 회장이 매장을 직접 방문했어요. 명동 가맹점은 특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지요. 어퓨와 함께 가자며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엄청남 기회를 주겠다는 말에 기대에 부풀어 있었죠.”
하지만 K씨의 기대와 현실은 너무 달랐다. 하루하루 쌓여만 가는 적자폭은 한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살기위한 돌파구가 필요했다.
K씨는 서영필 회장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회징님. 참으로 어렵고 힘든 상황의 연속입니다. 고통의 긴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해서 발버둥 치고 있지만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영업 최전선에서 어퓨 명동점을 대표 매장으로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빚으로 인해 아사직전입니다. 현실은 고통스럽지만 어퓨의 성공가도를 위해 회장님과 동행하고 싶습니다. 제발 저의 손을 놓지 마시고 꼭 잡아주세요.”
하지만 뾰족한 지원책은 나오지 않았다. 본사 담당 이사 및 직원들과 수시로 만났지만 `도와 줄테니 기다려 달라`는 말에 속만 새까맣게 타가고 있었다. 그사이 적자는 나날이 쌓여갔다.
“회장님 살려주세요. 저 이대로 두면 죽습니다. 4억 원의 적자는 개인이 감당하고 견딜 수 있는 금액이 아닙니다. 지원책이 없다면 제가 다른 매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십시오. 가족의 생사가 달려 있습니다. 부디 한사람 살려주신다고 생각하시고 기회를 주신다면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2014년 1년 12일 서영필 회장이 면담을 거절한 후 담당 이사와 직원들이 차갑게 돌변했다는 것이 K씨의 주장이다. “오히려 저를 매장에서 몰아내려고 했습니다. 직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은 제 매장을 그냥 포기하고 나가라는 거죠.”
같은 해 1월 22일경 바로 옆에 어퓨 직영점을 오픈한다는 말이 들렸다. K씨는 1월 27일 가맹계약 해지에 대한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후 2월 6일과 8일 어퓨 직영점 직원 모집 공고가 났으며 3월 18일 어퓨 직영점이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2014년 3월 7일 타 브랜드로 영업을 시작한 K씨에게 5월 16일 한 장의 우편물이 도착했다. 에이블씨엔씨의 소장이었다. 손해배상 9억8천700만 원.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12%, 그 다음 달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손해배상 사유는 3년간의 계약 기간을 무시하고 2014년 1월 28일 일방적으로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했으며 경쟁브랜드 매장으로 전환 오픈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투자비용, 영업손실액 등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손이 떨렸어요. 금액을 몇 번이나 확인했어요. 보통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었거든요. 소시민한테는 사형선고입니다. 정말 열심히 한 죄 밖에 없는데...” K씨 혼잣말로 넋두리하며 울음을 삼키고 한숨을 쉬었다.
송기평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