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검증 10일 만에 ‘뚝딱’
2009년 2월 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제2롯데월드신축사업 관련 공청회에서 조진수 한양대 교수가 사업 추진 반대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일요신문 DB
국방위의 이 같은 지적에 국방부도 안전검증을 다시 했다. 하지만 이 안전검증도 10일, 2900만 원에 불과한 충분하지 않은 안전검증이라며 재차 지적받기에 이르렀다. 당시 국방위 회의에서 국방위원이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국방부 장관을 향해 “1조 7000억 원짜리 건물을 짓고 국가 안보와 국민 생명에 어떤 위험을 끼칠지 모르는 그런 건에 대해 외부의 공신력 있는 국제기관에 맡기는 안전진단 용역비 1억 5000만 원이 아깝고 3개월이 길어서, 열흘 만에 2900만 원 들여 옛날에 있던 보고서 요약해 짜깁기한 보고서에 대해 국방장관으로서 만족을 하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방위에서는 전시·비상시 과연 서울공항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따져 묻기도 했다. 적이 만약 공항을 포격하면 비행기가 다치지 않도록 해당 공항에 있는 비행기를 전부 띄워서 무더기로 날아가 흩어지는 긴급발진(스크램블)이란 것이 있다. 이때 비행기들은 다른 비행기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이륙하자마자 항로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만약 유사시에 악천후까지 동반돼 시계비행(조종사의 눈으로 보면서 하는 비행)이 힘들어진다면 뒤에서 달려오는 비행기와 앞에 있는 555m짜리 건물 사이에서 충돌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비행기 조종사도 앞서의 의견과 맥을 같이 했다. 현직 민간항공기 기장으로 거의 매일 비행기를 운항하는 B 씨도 제2롯데월드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B 씨는 “하늘에서 보면 너무 가깝긴 하다. 전투기 같은 경우 날이 안 좋을 때는 계기비행(조종사의 시각에 의존하지 않고 항공기에 장착된 계기에만 의존하여 비행하는 것)을 해야 하는데 조금만 잘못 틀면 건물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며 “홍콩 카이탁 공항이 이륙할 때 걸릴 수 있는 건물이 있어 안전성이 지적됐다가 복합적인 이유로 지난 1998년 폐쇄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2007년 ‘서울공항의 비행안전 영향평가 용역보고서에 대한 공문의 검토의견’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군 조종사 133명 중 75.2%, 군 관제사 34명 중 85.3%가 ‘제2롯데월드 건물과 충돌할 위험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