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뤠~ ‘터치’만으로 헌팅까지 한다고?
각종 모바일앱이 쏟아져 나오면서 터치 몇 번으로도 음식 배달은 물론 쇼핑, 숙박 예약도 가능해 졌다. 일요신문 DB
그런데 탐색을 끝낸 이들의 행동이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합석해요”라는 말 한 마디 대신 상대가 어느 테이블에 앉는지 유심히 살펴만 볼 뿐이다. 상대방의 자리를 확인한 후엔 본인도 자리에 앉아 테이블에 설치된 태블릿PC를 만지작거린다. 알고 보니 태블릿PC를 통해 상대에게 쪽지를 보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술집이었다.
쪽지를 보내면 테이블 번호까지 함께 전송되는데 멀리서 실루엣을 본 후 마음에 들면 답장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무시할 수 있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니 부담감도 적고 거절 의사도 편히 전달할 수 있어 인기란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직접 합석 여부를 묻고 다니는 일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될 듯싶다.
‘O2O 술집’에서 만난 20대 남성은 “솔직히 여기저기 찔러볼 수 있어 만족스럽다. 다른 곳에선 혹시 거절당하면 술집 안에 있는 사람들이 다 나만 보는 것 같아 부끄러운데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그런 염려를 하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20대 여성은 “아무래도 남자의 얼굴을 직접 보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민망한 것도 있지만 해코지를 할 수도 있으니 걱정이 된다. 하지만 여기선 온라인으로 대화를 나누니 내 마음대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어 마음 편히 찾게 된다”고 말했다.
굳이 헌팅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태블릿PC를 영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주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태블릿PC로 메뉴를 확인하고 주문까지 가능한 곳도 적지 않다. 강남역 인근에서 태블릿PC를 활용해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손님들이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한다. 운영자 입장에서도 장점이 많다. 주문 받는 아르바이트생을 줄일 수 있어 인건비 절약이 되고 의사소통 과정에서의 실수도 많이 줄었다. 편리함 때문인지 한 번 찾은 손님은 꾸준히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태블릿PC로 만난 연인들의 데이트에도 O2O 서비스는 필수다. 영화표를 구매하거나 택시를 탈 때, 음식을 배달 시켜먹을 때, 기념일 선물을 살 때도 O2O 서비스를 찾는다. 강 아무개 씨(여·25)는 “특히 숙박업체를 이용할 때 많이 사용한다. 예전엔 숙박을 하려면 방 내부를 살펴보지 못한 채 전화로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카운터 앞에서 방이 어떤지 묻기도 쑥스러웠다. 그러다보니 화장실 문이 없는 숙소를 이용했던 적도 있고 제대로 청소가 되지 않아 기분이 상했던 적도 있었다”며 “하지만 요즘엔 숙박관련 O2O 서비스가 잘 발달돼 그런 문제가 싹 해결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O2O 서비스는 이미 실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 포털 다음, 네이버를 비롯해 상당수 기업들이 O2O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쇼핑, 여행, 문화생활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 벌써 기존 O2O 서비스를 활용해 새로운 도전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도 많다.
O2O 서비스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카카오의 ‘카카오택시’는 이달 중 고급화 버전인 ‘카카오택시 블랙’을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의 카카오택시보다 비싼 요금을 받는 대신 일정 수준 이상의 고급 차량 및 서비스를 제공해 또 한 번의 ‘대박’을 꿈꾸고 있다.
숙박·여행 O2O 서비스 업계의 강자 ‘야놀자’는 직접 모텔 신축 사업까지 나섰다. 야놀자는 다운로드 수 600만 건을 돌파하며 10년 만에 연매출 200억 원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를 발판으로 야놀자는 2011년부터 아예 모텔을 직접 짓고 있다. 낡은 모텔을 리모델링하거나 새 건물을 세워 자체 브랜드를 붙여 전국의 80여 곳을 가맹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 가맹점주는 “O2O 서비스를 통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매뉴얼이 전문화되어 있고 개인 사업장에 비해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며 “온라인 후기 관리도 하고 있다. 아마 지속적으로 가맹점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 황지현 연구원은 “O2O 서비스와 관련해 아직까지 명확한 통계자료가 나온 게 없어 시장규모와 성장률을 정확하게 추산하기는 어렵다. 현재 국내 커머스 시장은 약 1000조 원 규모다. 이 중 온라인 시장 규모는 전체 시장의 5%인 51조 원 수준이다”며 “O2O 시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커머스 교집합으로 보고 있는데 이 영역으로 진입하고자 하는 기업이 증가하면서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스마트폰 확산을 기점으로 O2O 서비스가 대폭 증가했으며 향후에도 스마트폰 성능 고도화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발전이 온라인 시장 규모를 확장시키며 온·오프라인 공통 영역인 O2O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김경민 인턴기자
O2O 서비스란? 온·오프 연계 비즈니스 온라인 투 오프라인(Online To Offline), O2O란 단어 그대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해 소비자들에게 보다 편리하고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말한다. 좁게는 온라인을 통해 확보한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연결하는 것만을 지칭했으나 이제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연결 모두를 뜻한다. O2O 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로 그만큼 성장세도 뚜렷하다. 스마트폰 보급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데다 모바일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O2O 서비스도 급격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 O2O 서비스라는 단어를 낯설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이들도 알게 모르게 실생활에서 O2O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표적인 O2O 서비스로는 배달 앱을 꼽을 수 있다. 기존의 배달 음식 업계는 오프라인 광고에 전적으로 의지하며 전화로 주문을 받았다. 하지만 배달 앱이 등장함으로써 전화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소비자와 업주가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이뿐 아니라 숙박 정보를 모바일로 확인하고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 콜택시 업계를 발칵 뒤집은 카카오택시, 특정 지역에 진입하면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에 제휴업체 쿠폰 등을 보내주는 서비스 등도 O2O에 속한다. [김] |
이런 O2O 서비스도 있다 청소·주차 맡겨만 주세요~ 왼쪽부터 청소 대행, 주차 대행, 병원 검색 서비스 앱. # 청소 대행 ‘홈마스터’란 모바일 앱으로, 예약부터 결제까지 가능한 홈 클리닝 O2O 서비스다.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과 전문 클리닝 교육을 수료한 전문가를 연결해준다. 현재는 서울시만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계속 확장하겠다는 입장이다. # 주차 대행 지니웍스의 ‘파킹온’은 주차 대행, 대리운전은 물론 주유와 새 차 등의 자동차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주차 대행은 강남구 서초구에만 이용 가능하며 서울 도심부를 중심으로 서비스 지역을 계속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기사를 만나 차를 주면 제휴 주차장에 주차해주고 돌려준다. # 병원 문의 옐로O2O의 ‘굿닥’은 자신이 위치한 주변 병원과 테마 병원 찾기가 가능한 O2O 서비스다. 병원 이벤트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간단한 의료 상담을 모바일로 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업체에 따르면 다운로드 수가 230만 건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