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무기’ 사용 ‘로또역풍’ 맞나
▲ 감사원이 로또 감사 당시 불법 계좌추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감사원이 ‘로또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감사원측은 “현재로선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이 사업 초기부터 각종 의혹으로 말 많던 로또 사업에 대해 처음 칼을 빼든 것은 지난해 10월4일. 감사원 행정·안보감사국 제1과 직원 8명이 11월12일까지 24일 동안 강도 높은 감사를 벌였다. 감사 대상은 국무총리실 복권위원회 등 무려 20개 기관과 단체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정치권과 검찰, 국민은행 안팎에서 “감사원이 로또 사업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불법으로 개인의 금융 계좌를 추적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감사원이 지난해 12월 작성한 감사결과 보고서인 ‘복권제도 운영 및 관리실태’(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은행 온라인복권(로또) 복권사업팀장이었던 이아무개씨가 유관업체의 주식을 거래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는 “2001년 11월13일 (이 전 팀장은 자신의) 여동생 명의로 증권계좌를 개설, (로또)사업자 선정 입찰공고(2001년11월28일), 사업자 선정(2002년1월28일) 직전과 직후에 사업추진 정보를 이용해 범양건영(주) 주식을 매입해 3천8백여만원의 부당 이득을 취득했다”고 기록돼 있다.
범양건영은 로또 사업자인 KLS의 대주주. 범양건영 박희택 회장의 사위가 KLS의 남기태 전 사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시 말해 로또 사업을 엄격히 관리·감독해야 하는 은행 책임자가 다분히 오해 살 소지가 높은 유관업체의 주식을 매입, 이득까지 챙겼다는 얘기다.
감사원은 보고서를 통해 “내부정보를 이용해 유관업체의 주식을 매매하여 이득을 취한 전 복권사업팀장 이아무개씨에 대한 고발 등 신분상의 조치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감사원은 지난 8월 이 전 팀장에 대해 업무상 배임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감사원이 이 전 팀장 등에 대해 불법적으로 계좌를 추적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것. 이와 관련, 로또 감사과정을 파악중인 한나라당 관계자는 “감사원이 이 전 팀장뿐만 아니라 로또 사업과 관련된 국민은행, KLS 임직원들과 그들의 친인척 명의의 금융계좌에 대해서도 당사자 동의 없이 거래 내역을 들여다본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최근 로또 의혹과 관련된 또 하나의 첩보를 입수했는데, 이 내용 가운데 감사원의 불법 계좌추적을 언급한 대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입수한 첩보의 요지는 ‘국민은행 복권사업팀장이었던 이씨가 KLS 이사였던 박아무개씨의 남편이 운영하는 T건설로부터 거액을 받아, 서너 차례 돈 세탁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이 돈은 이씨의 장모 명의로 된 통장에 입금됐다. 이는 감사원의 불법 계좌추적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는 것.
이 같은 첩보 내용의 진위 여부는 향후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전 팀장과 KLS의 박 전 이사 등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검찰도 감사원의 불법 계좌추적 의혹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함께 정치권 일각에서도 감사원의 이 같은 불법 의혹을 놓고 문제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감사원 안팎에선 열린우리당 A의원 등 몇몇 여당 의원들이 로또 감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감사원에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당시 A의원이 감사원에 전화를 걸어 “로또 감사과정에서 피조사자의 친인척에 대해 불법적으로 계좌 추적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문제 삼겠다”고 윽박질렀다는 것.
이에 대해 A의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A의원이 로또 복권사업팀장인 이씨에게 거액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T건설로부터 청탁을 받고 이씨 등을 보호하기 위해 감사원에 압력 전화를 건 것 아니냐’며 의문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A의원-T건설 커넥션’ 의혹까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A의원은 이와 관련해 “T건설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고 있다. 하지만 T건설이 로또 사업자와 어떤 관계인지는 전혀 몰랐다”며 자신이 로또 감사에 개입했다는 일각의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감사원의 불법 계좌추적 의혹에 대해서는 국민은행도 자체 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이 감사과정에서 피조사자의 계좌를 불법적으로 추적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이 관계자는 “감사원이 최종 감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데다 현재 검찰도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에 이에 대한 우리(국민은행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불법 계좌추적 의혹에 대해 감사원 공보관실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 계좌추적이 들어갔는지 지금으로선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 “12월경 로또에 대한 최종 감사 결과가 나온 다음에나 조사 과정에서 불법 사실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