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부터 발끝까지…쌍둥이들? 소름 돋네~
대한항공 신입 승무원 면접을 기다리는 대기자들. 머리 모양, 옷차림 등 모두 비슷한 스타일을 하고 있다.
지난 10월 26일은 대한항공 신입 승무원 공채 1차 면접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면접 전날 밤까지 서울 홍대앞의 한 승무원 면접복장 전문 매장은 불이 꺼지지 않았다. 승무원 지원자들이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스타일의 옷을 입어보느라 문전성시를 이뤘다. 여러 벌의 옷을 두고 고민하는 한 지원자는 “얼굴이 밋밋해 유색 블라우스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막상 와서 보니 흰색 블라우스를 많이들 사가는 것 같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항공사별로 면접 복장에 규정을 두는 곳은 많지 않다. 그러나 아름아름 퍼진 ‘불문율’은 있다. 먼저 아시아나항공은 다소 엄격한 분위기로, ‘흰색 반팔 블라우스에 무릎길이의 검은색 치마’를 입으라고 공지한다. 비공식적으로 아시아나 승무원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퍼져 있는 메이크업 속설은, 차분한 유니폼에 맞게 라벤더나 브라운 계열의 아이 메이크업과 빨간색 립스틱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대한항공은 지난 2014년 7월부터 ‘반팔 블라우스·치마·구두, 이 세 요소만 지키되 자유로운 색을 입으라’며 복장 자유화를 실시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면접 복장에 따른 불이익은 전혀 없다. 헤어와 메이크업은 깔끔하게만 하고 오면 된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때문에 유색 블라우스나 치마를 입는 지원자도 늘고 있다. 메이크업은 대한항공의 특징 색인 스카이 블루와 민트 색을 선호하는 편이며 빨간 입술과 매니큐어는 절대 금물이라는 게 속설이다.
외항사의 경우 지원자의 개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복장의 제약이 없다. 일본 항공사는 귀여운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한다. 한 현직 승무원은 “일본 항공사 면접 때 청바지를 입고 가는 지원자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 항공사는 색조를 강조하며 중동 항공은 개성을 강조한다는 게 중론이다.
화장법에 대해 앞서의 승무원은 “국내 항공사는 핑크, 피치 계열의 단정한 메이크업을 선호하는 반면 외국 항공사는 스모키 메이크업을 하기도 한다. 같이 승무원을 준비하던 친구는 에미레이트항공 면접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시험을 보기도 했다. 중동 지역 대부분이 이목구비를 뚜렷하게 살리는 화장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서비스직이기에 승무원들은 네일아트를 꼭 받는다. 따라서 면접 때도 네일아트를 받는다. 내항사의 경우 누드 톤을 많이 하는 반면 중동 항공은 무늬와 색깔을 화려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승무원 면접 복장 전문 업체인 ‘날아라크루’ 매니저는 “유색의 블라우스나 치마의 경우, 이목구비가 진하지 않거나 마른 체형에게 추천한다. 취업 장수생들도 변화를 주고자 찾고 있는 추세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까진 흰색 반팔 블라우스에 검은색 치마를 입는 지원자가 80% 정도 된다”며 “아직 색 있는 옷은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 구직자들도 유색 면접 복장에 대해 많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고 면접 복장을 고르는 데 있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내항사가 보수적인 분위기라면 외항사는 자유로운 분위기다. 외항사에 따라 화려한 색의 웃옷을 권유하기도 한다”며 새빨간 웃옷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같은 면접 복장 준비에 20대 여성 구직자들의 부담도 만만찮다. 오히려 한 가지 스타일로 통일되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면접 때 입었던 옷은 입사 후에도 딱히 입을 일이 없어 실용성이 떨어지는 것도 불만 중 하나다. 실제 승무원 면접 복장 가격을 문의해보니 보통 한 벌당 6만 원에서 8만 원선이었다. 백화점에서 면접 복장에 부합하는 반팔 블라우스와 무릎길이의 치마를 구매하려면 30만~40만 원은 든다.
승무원 취업준비생 중 대다수는 메이크업과 헤어도 전문 숍에서 받는다. 강남의 한 메이크업·헤어 전문 숍은 면접 대상자가 발표된 직후에 예약이 꽉 찼을 정도다. 메이크업과 헤어에 드는 비용은 5만~7만 원선이다. 뿐만 아니라 승무원은 시차와 시간 개념에 민감해야 한다는 이미지 때문에 공공연하게 손목시계도 필수가 됐다. 취업준비생들에겐 이런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메이크업 숍 앞에서 만난 한 구직자는 “한 항공사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색 면접 복장을 따로 준비하는 것은 무리다. 때문에 기본인 흰색 반팔 블라우스와 검은색 치마를 샀다. 차라리 모든 항공사가 흰색 반팔 블라우스와 검은색 치마로 통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대한항공 면접을 치른 한 구직자도 “유색 블라우스나 치마를 사지 않아 조금 걱정됐다. 하지만 막상 시험장에 가보니 모두 맞추기라도 한 듯, 흰색 반팔 블라우스와 검은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머리 스타일, 메이크업 스타일까지 똑같아 소름 끼쳤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면접 시 회사별로 추구하는 스타일이 달라 부담스럽다. 남들처럼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정장을 입자니 개성이 없어 보이는 것 같고 색에 변화를 주자니 부담스럽다”며 “면접 복장 때문에 스트레스다. 맞선을 봐도 이렇게 고민하진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경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