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동안 감감 ‘몰랐나 숨겼나’
▲ 지난 17일 갑산공원 내 고인의 묘에서 공원 관계자가 사건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과연 누가 이런 범죄를 저지른 것일까. 경기도 양평경찰서 우재진 수사과장은 “몇 명이라 얘기할 순 없지만 여러 명을 용의 선상에 올려놓고 수사 중”이라고만 밝혔다. 이에 매스컴은 광팬, 무속인, 갑산공원 이해관계자, 금전 요구를 위한 도굴범 등을 유력한 용의자 그룹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렇지만 범행 당시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광팬이나 무속인의 행위는 아닐 가능성이 높아졌다. 범행 당시 범인의 모습이 봉분과 유골함을 대하는 모습은 단순한 도난 행위로 광팬이나 무속인의 행태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누군가 장묘 시설을 잘 아는 전문가에게 범죄를 의뢰했을 가능성은 있다. 또한 도난이 이뤄지고 보름 넘게 금전 요구도 없어 이를 노린 도굴범의 소행도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의혹은 갑산공원으로 집중되고 있다. 갑산공원 내부 관계자나 이해 관계자, 혹은 원한 관계자가 벌인 범죄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가장 먼저 의혹을 제기한 것은 유가족으로 한 측근은 매스컴을 통해 “고인의 분묘가 마련된 뒤 갑산공원의 업계 위상이 급성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해 관계자 소행이 아닌가 의심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게다가 도난 사건이 발발하고 열흘 넘게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신고한 것을 두고 사건을 은폐하려 의도적으로 늦게 신고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 측도 “8월 15일 신고 시점까지 도난 사실을 몰랐다는 갑산공원 측의 얘기를 100% 믿을 순 없다”는 입장이다.
갑산공원 전병기 관리소장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경찰서에서 CCTV를 봤는데 면식범은 아니었다”라며 “만약 내가 아는 사람이라면 금방 알아봤을 것”이라며 갑산공원 전·현직 직원 등의 내부 관계자 소행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 지난 20일 범행 당시 CCTV에 찍힌 영상이 공개됐다. | ||
갑산공원에 원한을 가진 이의 소행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갑산공원 입구에 ‘국민배우 최진실이 잠들어 있는 갑산공원입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붙여 놓는 등 대대적으로 홍보해왔지만 이번 사건으로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범인이 장묘 시설을 잘 아는 자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갑산공원과 원한이 있는 동종 업계 관계자의 소행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것. 그렇지만 전 관리소장은 “주위에 더 큰 규모의 공원묘지가 몇 있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우리에게 원한을 갖고 있을 만한 사람은 딱히 없다”는 입장이다.
갑산공원은 관리부실 책임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범인은 갑산공원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등산로가 아닌 진입로를 통해 차량으로 갑산공원을 드나들었다. 해머로 봉분 대리석을 깨고 유골함을 훔쳐갔으며 나중에 다시 돌아와 손전등을 켜고 범행 흔적을 지우는 대담성을 보였지만 갑산공원 측은 이를 전혀 몰랐다. 아니 도난 사실조차 열흘이 지나서야 알았다.
전 관리소장은 “밤에 따로 순찰을 돌지 않는 것은 대부분의 공원묘지가 마찬가지이며 CCTV 모니터를 24시간 모니터링할 수도 없다”며 관리 상태가 소홀했음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 현재 전 관리소장은 갑산공원에서 숙식을 하고 있다. 따라서 그날 밤 범인이 탄 차량이 연이어 공원묘지에 드나드는 모습을 목격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전 관리소장은 “한밤중에 아베크족이 종종 드나들어 따로 신경 쓰진 않았다”고 얘기한다.
실제 갑산공원은 관리사무실과 숙소 등이 도로와 인접한 산 아래 위치해 있고 공원묘지는 차량으로 5분 넘게 올라가야 하는 산 정상부에 있다. 결국 한밤중 공원묘지는 관리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는 공간이라는 얘기. 다행히 고인의 봉분 앞에 CCTV가 있어 범죄 현장은 잡아낼 수 있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