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보면 한 잔 생각 나시죠
“일곱 살 적에 TV에서 김건모 선배님을 뵙고 한눈에 반했어요. 버스 안에서도 그 분 노래만 나오면 춤췄을 정도니까요(웃음). 그런데 교육자 집안이라 엄격해서 연예인은 결사반대였거든요. 그러면 무용이라도 하겠다고 나서 대전예고에 들어갔는데 뜻하지 않은 사고로 골반을 다쳤어요. 결국 무용은 못하게 돼서 그제야 부모님이 ‘운명인가 보다’라며 제 꿈을 밀어주셨어요.”
어릴 때부터의 꿈, 포기 후 찾아온 시련이 또 한 번 기회를 줬다. 이유주의 연예계 입성 역시 하늘이 준 기회인가 싶을 정도로 우연히 찾아왔다. 같은 반 친구가 몰래 인터넷에 올린 사진 한 장으로 전국 고교 외모 대항전이나 다름없는 5대 얼짱에 뽑혔고, 모델 일을 하는 후배를 따라 얼떨결에 잡지촬영현장을 찾았다가 잡지전속모델이 됐다.
잡지모델을 하며 문근영과 함께 화장품 광고를 찍기도 했고, 남녀혼성그룹 에이프리즘을 결성해 그룹 클래지콰이와 비슷한 분위기의 음악스타일을 선보이며 가수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 중 최근 찍은 시원소주 모델이 가장 큰 이슈가 됐다. 그간의 소주모델은 대부분 하지원, 송혜교, 정려원 등 톱스타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기 때문. 더욱이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이유주 또래의 스타가 소주모델로 발탁된 전례가 없다.
“처음엔 얼떨떨했어요. 하지만 제 경우는 나이로 인해 많은 말을 들었어요. ‘스무 살이 벌써부터 소주모델이냐’, ‘너무 어린 것 아니냐’는 등의 악플이 많았거든요. 서울 소주에 비해 지방소주인 시원소주는 섹시미 30%, 청순미 70%라 부담 없이 찍은 거였는데 제 나이가 걸림돌이 될 줄을 몰랐죠. 제가 어려보이긴 하지만 미성년자는 아니랍니다(웃음).”
소녀시대 윤아를 닮았다는 말과 5대 얼짱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여러 번 상처를 받은 적도 있었지만 그 ‘얼짱’ 덕분에 영화감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단편영화를 찍게 됐다는 이유주는 금세 연기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단다.
“<보물을 실은 글라이더>란 영화였는데 글라이더 안에 보물 같은 사랑을 담은 고등학생들의 풋풋한 이야기였어요. 영화를 찍고 나서 제 삶은 연기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전혀 연기 경험이 없던 제게 ‘현장경험이 중요하다’며 뽑아주신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리죠. 다양한 여러 성격, 직업을 가진 이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연기자는 헤어 나올 수 없는 행복한 늪 같아요.”
요즘 열심히 연기 트레이닝에 매진하고 있다는 이유주는 오디션에도 열정적이다. 하지만 시련도 있었다. 얼마 전 유명 시리즈 영화의 주인공 오디션에 도전했던 그는 최종단계에서 탈락하는 고배를 마셨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오디션에 참가하지 않았던 배우가 주인공 중 한 명으로 출연했다고 한다. 이유주는 “마음이 많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더 좋은 작품에 출연하겠다고 이를 악물게 된 계기를 만들어줬다”고 말한다.
가수, 모델, 예능프로그램 출연 경험으로 인해 엄정화 같은 만능엔터테이너가 되고 싶다는 이유주. 올해 안에 꼭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힌 그는 올 연말 레드카펫을 밟고, 신인상마저 거머쥐겠다고 말한다. 엉뚱한 발언 덕에 ‘백치미’가 매력이라는 말을 듣는 이유주지만 풋풋한 스무 살의 큰 눈망울 가득 욕심과 열정을 품고 있고, 이미 원숙한 프로의 눈을 지니고 있었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