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지난달 28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 8개 계열사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기업어음(CP) 만기를 연장해준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 행위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공정위 측은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한 범위 내에서 지원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는 심사지침 상 부당한 지원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CP 만기연장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진행과정에서 부도를 막기 위해 이루어진 것이므로 실질적인 기업 구조조정 과정 중이었다는 것이다.
이어 손실 분담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판단했다. 워크아웃을 밟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를 거치게 되면 채무조정·출자주식 감자·그룹 전체의 신용도 하락 등으로 결국 CP 가치가 크게 하락해 CP를 들고 있는 계열사들이 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금호타이어가 지난해 말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금호산업도 워크아웃 종료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 부당지원 논란은 지난 2009년 대우건설 매각에 차질을 빚으면서 시작됐다.
재무적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4조 1900억 원의 풋백옵션(주식매도선택권) 행사 기일이 다가오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9년 12월 30일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을 결정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이 금호산업 860억 원과 금호타이어 476억 원 등 총 1336억 원 규모의 CP 만기를 최대 15일까지 연장해줬고,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를 피할 수 있었다.
공정위 조사의 쟁점은 계열사들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손해를 감수하며 CP를 매입한 것인지 여부였다. 공정거래법에서는 그룹이 계열사로 하여금 다른 회사 유가증권을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의 아시아나그룹에 대한 이번 결정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계열사 CP 매입과 관련한 첫 판단이라, 앞으로 대기업의 계열사 부당지원 관련 사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