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몽 맞장구로 묻어가기 장영란 철저하게 망가지기
대하 사극 등에서 큰 사랑을 받은 뒤 몇 해 전 생애 첫 영화에 출연한 바 있는 배우 D. 그는 영화 출연 당시 한 방송사와 나눴던 인터뷰가 편집된 데 대해 큰 불만을 품고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당 프로그램과 사이가 좋지 않기로 유명하다. 당시 D는 자신의 첫 출연영화에 큰 애착을 가지고 인터뷰에 성심성의껏 응했으나 해당 프로그램 측은 영화가 이슈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편집을 했다. 그런데 이를 직접 모니터한 D가 매우 심하게 분노하고 만 것. 영화 홍보조차 이뤄지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자신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D는 결국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당 프로그램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보이콧하고 있다.
인기정상의 아이돌 그룹 A 역시 통편집으로 인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바 있다. 이들은 얼마 전 한 시상식에 초대가수로 참가했고, 이를 취재하던 한 방송사와 인터뷰를 갖게 됐다. 공식 활동 기간이 아니라 인터뷰가 불가하다는 게 소속사의 방침이었지만 방송사의 끈질긴 설득으로 인해 결국 인터뷰가 성사됐지만 결국 방송엔 인터뷰 내용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부분 편집도 아닌 통편집을 당하고 만 것. 그 이유인즉 인터뷰 내용이 제작진 입장에서 별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는데 방송을 모니터하기 위해 TV앞에 모여 있던 멤버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한 행사장에서 다시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을 마주하게 된 아이돌 그룹 A의 멤버들은 인터뷰 보이콧으로 당시 통편집에 대해 강하게 어필했다. 심지어 A 그룹의 담당 매니저는 멤버들이 통편집에 격분해 자신에게 직접 보낸 문자 메시지를 보여주며 제작진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대개는 녹화방송에서 편집이 이뤄지지만 생방송 중에도 시간관계상 연예인들의 분량이 통째로 날아가는 경우가 있다. 몇 해 전 한 공중파 방송사에서 주최한 영화 시상식에서의 일이다. 당시 참가 배우들과의 인터뷰를 위해 재치 넘치는 입담의 소유자 탁재훈이 캐스팅됐다. 이에 탁재훈은 평소 안하던 대본 메모까지 꼼꼼히 하며 자신의 역할을 철저히 준비했는데 문제는 생방송 도중 예정됐던 시간이 자꾸만 늦춰지면서 발생했다. 결국 탁재훈의 인터뷰 시간이 통으로 날아가 버린 것. 현장에서 받은 그의 충격은 실로 엄청났다. 그는 이후 해당 방송사 프로그램에 가능한 한 출연하지 않고 있다.
편집이 가장 빈번하게 이뤄지는 프로그램이 바로 예능 프로그램, 특히 토크프로그램이다. 한 시간가량의 방송 분량에 비해 녹화가 적어도 5~6시간 이상 이뤄지니 출연자의 이야기 가운데 절반 이상이 편집되는 셈이다. 이에 연예인들 사이에선 편집을 피하는 방법에 관한 정보 공유가 필수다.
고참 트로트 가수이자,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젊은 연예인들과의 대결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가수 태진아. 연예계의 대선배답게 그는 편집을 피하는 방법에 달관해 있다. 그의 편집을 피하는 노하우는 다름 아닌 ‘녹화 현장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사람을 찾아라’다. 그날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웃음을 많이 주는 출연자가 한두 명 존재하기 마련인데 그들과 엮어서 멘트를 나누다보면 결코 편집되는 일이 안 생긴다고. 이를테면 노래를 불러도 그날 가장 웃긴 출연자의 노래를 부르고, 그 출연자가 멘트를 하면 바로 받아쳐서 재밌는 상황을 연출하는 식이다. 그의 이런 방법은 성공률 90% 이상을 자랑한다.
‘1박2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 mc몽. 혹자는 그가 예능형 가수라고 설명하지만 그에게는 긴 무명시절에서 비롯된 예능울렁증, 즉 편집 공포증이 마음 속 깊숙이 내재해 있다. 신인 시절 그는 출연자 소개 멘트 때만 방송에 등장하고 이후 본의 아니게 침묵을 지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물론 녹화 당시에는 많은 얘길 했지만 대부분 편집당한 것. 당시 그가 깨달은 편집을 피하는 방법이 바로 ‘리액션’이었다. 어차피 자신이 주도해 웃기지 못한다면 다른 연예인의 이야기에 오버스러운 액션으로 맞장구쳐주는 데 열중한다는 것. 그러다 보면 리액션하는 장면이라도 많이 방송을 탈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리액션이 좋다고 소문이 나면 항상 카메라가 자신을 주시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토크의 기회도 많아진다는 분석이다.
얼마 전 결혼에 골인한 방송인 장영란. 그는 신인시절 비호감 캐릭터로 안티 팬을 양산하며 마음고생을 많이 했지만 비호감 캐릭터 덕분에 편집되는 일도 많이 없었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편집을 피하는 방법은 다름 아닌 ‘과감하게 망가져라’다. 어설프게 망가지면 어색해져 더욱 부자연스러워지고 그러면 편집될 위험성도 커진다고. 그래서 한 번을 넘어져도 다친다는 각오로 확실히 넘어지고 막말을 해도 화끈하게 내뱉어야 하며 분장을 해도 개그맨 못지 않게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애초 리포터로 시작한 장영란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환하게 빛을 내며 최근엔 가수로까지 변신, 만능 엔터테이너로 각광받고 있다.
그렇다면 토크쇼를 진행하는 MC들은 편집을 피하는 방법을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유재석과 함께 국민MC로 사랑받는 강호동의 경우 게스트들에게 편집을 피하려면 ‘짧게 단답형으로 대답해라’라는 주문을 던지곤 한다. 단답형으로 대답하면 분위기가 썰렁해지는 인터뷰와는 달리 토크쇼에선 단답형의 대답을 많이 해야 재미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게스트들은 대개 토크 욕심에 혼자서 많은 이야기를 풀려고 하는데 이런 경우 내용이 길어져 통편집 1순위가 되고 만다는 것. 때문에 MC가 질문을 던질 때 단답형으로 대답하면 MC들이 오히려 안달이 나 그 내용을 꼬치꼬치 묻게 되고 그 와중에 재밌는 토크가 완성된다는 게 강호동의 설명이다. 다만 단답형의 대답이 뻔한 대답이기보단 뭔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이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수많은 게스트들을 만나며 그가 내린 결론이니 아마도 편집이 두려운 신인들에겐 꼭 참고해야할 이야기인 듯하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