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으로 보여도 ‘’절대 친구 아님‘’
▲ <무한도전>(위)과 <1박2일> | ||
지금은 폐지됐지만 한동안 높은 인기를 자랑하던 예능 프로그램이 하나 있었다. 높은 시청률의 원동력은 아무래도 해당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던 두 남성 MC였다. 그들 명콤비의 적절한 호흡이 시청자들은 물론 출연자들에게도 큰 즐거움을 주곤 했는데 갑자기 둘 가운데 한 MC가 프로그램을 하차하면서 해당 프로그램의 전성시대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당시 제작진은 개편철을 맞아 변화를 주기 위한 MC 교체라고 설명했지만 하필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의 MC 가운데 한 명을 교체하는 모험을 단행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 궁금증은 제작진이 아닌 연예관계자들을 통해 먼저 세상에 알려졌다. 해당 프로그램의 두 MC였던 A와 B가 앙숙이 돼버릴 정도로 불편한 관계가 되면서 결국 B가 해당 방송에서 퇴출됐다는 것. 동갑내기 절친이었던 두 사람은 해당 프로그램에서 최고의 하모니를 선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B가 부업으로 시작한 사업이었다. 새로 사업을 시작한 B를 위해 A 역시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B가 몰래 A를 활용해 엄청난 뒷돈을 챙겼다는 사실을 알게 돼 노발대발하기에 이른 것이다. 결국 귀책사유가 B에게 있다고 생각한 제작진은 A의 요구를 받아들여 B를 해당 프로그램 MC 자리에서 하차시킨 것이다.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은 B가 그 이후 예전같이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를 두고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선 막강한 영향력을 갖춘 A가 지금도 분이 풀리지 않아 B의 방송 출연을 은근히 막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고정 멤버들이 집단 MC로 출연하는 체제가 보편화된 요즘 시스템에선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는 신인들 입장에서 고참급 선배는 여간 어려운 대상이 아니다. 지금이야 확고부동한 MC로 자리 잡은 정형돈이지만 그 역시 버라이어티 입문 초기에는 선배들과의 편치 않은 관계로 눈물 흘려야만 했던 아픈 추억이 있다. 특히나 그를 주눅 들게 만든 주인공은 다름 아닌 개그계의 대부 이경규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 주로 출연하고 있던 정형돈을 <상상원정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버라이어티에 데뷔시킨 이가 바로 이경규였고 이로 인해 정형돈은 이경규 라인의 방송인으로 분류되곤 했다. 그런데 이경규의 후배 육성(?) 방법은 무척 매서운 편이다. 카메라 뒤에서 정형돈에게 꾸지람하는 일이 무척이나 잦았다고. 물론 당시 <상상원정대>를 본 시청자들은 장난치며 가깝게 지내는 이경규와 정형돈의 모습만 기억하고 있겠지만 촬영 당시만 해도 정형돈은 이경규가 무서워 카메라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엄한 가르침 덕분에 정형돈은 금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적응하게 되고 결국 <무한도전> 등을 통해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섰다. 물론 두 사람의 사이는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당연히 가장 존경하는 선배와 가장 아끼는 후배라는 각별한 사이로.
리얼 버라이어티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무한도전>. 그 인기만큼이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출연진의 사이는 마치 가족처럼 서로 소중해 보인다. 하지만 그런 <무한도전>의 출연진들도 한때 서로에 대한 오해로 인해 한 멤버의 하차가 심각하게 논의되기도 했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정준하와 박명수. 유재석의 추천으로 <무한도전>에 합류하게 된 정준하. 당시 그는 여자 친구와의 이별로 많이 힘들어 했고, 또 ‘노브레인 서바이버’ 이후 뚜렷한 히트작이 없어 슬럼프에 빠져있을 때였다. 반면 <무한도전>은 당시에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기 때문에 정준하는 절친한 멤버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특히 박명수 특유의 호통개그를 텃세로 느껴 주눅이 들 때가 많았다고 한다. 더욱이 특채 개그맨 출신인 자신을 공채 개그맨 출신인 박명수가 무시한다는 생각까지 가졌을 정도였다.
그러던 중 정준하가 하차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녹화 도중 장난삼아 정준하의 바지를 벗긴 박명수. 문제는 정준하의 바지가 벗겨지며 속옷까지 벗겨지고 만 것이다. 현장의 수많은 스태프와 일반인들 앞에서 톡톡히 망신을 당한 정준하는 이 사건을 계기로 결국 <무한도전>을 떠나기로 마음먹게 된다. 하지만 하차를 만류하며 밤낮으로 격려해준 멤버들의 진심에 감동한 그는 잔류를 마음먹게 되고 현재까지 <무한도전>을 통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무한도전 합류 초기 박명수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는 정준하. 하지만 이제 두 사람은 서로를 누구보다 존중해주고 챙겨주는 끈끈한 우정을 자랑하는 관계가 됐다.
<무한도전>에 버금가는 인기를 자랑하는 ‘1박2일’ 역시 불화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 주인공은 이승기였다. 이승기는 ‘1박2일’을 통해 미소년 가수 이미지를 벗고 예능인으로 거듭나는 데 성공했고 이후 드라마 <화려한 유산>을 통해 배우로서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런 연이은 성공가도에 다른 멤버들이 은근히 이승기를 시기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방송가가 떠들썩해졌는데 특히 ‘1박2일’의 수장에 해당되는 강호동이 이승기가 변했다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얘기까지 더해졌다. 그러나 이는 근거 없는 루머에 불과했다. 거듭되는 기자들의 문의에 ‘1박2일’ 제작진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는데, 결정타는 강호동이 이승기와 함께 <강심장>에 공동 MC를 맡은 것이었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애틋한 호흡을 선보인 바 있는 가수 C와 D. 당시 둘은 서로에 대한 애정을 과감하게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이들 두 사람의 관계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수록 악화되고 말았다. 이유는 방송을 통해 보이는 두 사람의 연기를 실제 열애 중인 것으로 의심하는 네티즌들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카메라만 꺼지면 서로 말도 하려하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어색해져 제작진을 무척이나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서로에 관한 질문을 피할 정도라 이들의 불편한 관계는 방송가에 큰 이슈로 떠오를 정도였다. 그렇지만 두 사람 모두 방송에서 하차한 뒤 조금씩 어색함이 사라졌고 이제는 다시 편한 관계가 되었다고 한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