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높이기 ‘극약’ 처방
여권으로선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국이 교육부의 확정고시 발표로 쉼표를 찍은 셈이다. 국정화 관철 3대 주역이니 5대 주역이니 하지만 집권여당에선 김무성 대표가 ‘역사전쟁’을 사실상 지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늘 이런 식이었다. 김 대표는 선거라는 위기에서 늘 종북몰이의 포문을 열었다. 오죽하면 새정치민주연합이 “김무성의 색깔론은 습관성 불치병”이라고 했을까. 김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부산 지원유세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북방한계선(NLL)을 넘기려 했다는 속칭 ‘찌라시’ 발언으로 보수세력을 집결시켰다. 2013년 한 해는 김 대표가 어떻게 대통령기록물의 워딩(Wording)과 똑같은 문장을 웅변할 수 있었느냐면서 기록물 유출정국으로 치달았다. 그의 덕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대선에서 이긴 것은 사실이다.
김 대표는 2014년 7월 당대표가 되었고 올해 4·29 재·보궐 선거를 압승으로 이끌었다. 세월호 참사 추모 1주기 정국이던 때, 모두가 필패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김 대표는 통합진보당 의원들을 ‘종북주의자’라 몰았고, 이들의 국회 진출을 도운 것이 새정치연합이라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가 내란을 주도했던 이석기 전 의원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면시켜줬고 이를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이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0·28 재보선에선 역사교과서 좌편향 논란을 김 대표가 주도했고 또 이겼다. 새정치연합이 가지고 있었던 시의원 구의원 지역구를 죄다 빼앗았다. ‘선거의 남왕’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종북몰이의 제왕’ 이야기가 나온 것도 사실이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김 대표의 색깔론에는 이유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바로 20%대에 머무르는 그의 지지율에 답이 있다는 것. 정가의 호사가들 분석을 종합하면 이렇다. 현재 여러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40%대에 멈춰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50%대 초반과 30%대 후반을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김 대표는 25%를 넘긴 적이 없다. 즉, 새누리당 지지층의 절반이 조금 넘는 숫자가 김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새누리당 지지층 외에도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숫자는 왔다 갔다 한다.
유력한 대권주자이지만 김 대표는 ‘보수의 아이콘’은 아니다.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선 새누리당 지지층이 김 대표를 대선 주자로 인정해야 할 절대수치, 즉 30%대는 거뜬히 넘어야 한다. 이것이 김 대표의 목표 지지율이라고 그의 측근들이 말하고 있다. 그의 종북몰이는 결국 지지율 높이기에 있다는 이야기다. 11월 첫주차 ‘리얼미터’ 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은 45.7%, 새누리당 41.5%, 김 대표는 21.5%였다(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33명에게 사흘간 전화면접과 자동응답 방식으로 유무선통화로 물었고 95% 신뢰수준에 오차는 ±2.5%포인트).
하지만 자잘한 선거에서 이 종북몰이가 먹혔을지 몰라도 내년 20대 총선에서는 어떻게 작용할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 대표의 색깔론이 식상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