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 고급 아파트 소유자는 신탁회사
롯데알루미늄 소유의 한남동 주택(위)과 H 신탁회사 소유의 평창동 아파트. 신동빈 회장은 2009년 한남동 주택에서 평창동 아파트로 주소지를 옮겼다. 이종현 기자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이 실제 거주하고 있는 곳은 서울 평창동 한 고급 아파트다. 신 회장이 대표이사로 올라 있는 롯데제과·롯데케미칼의 법인등기부상 신 회장의 현재 주소지 역시 이곳이다. 신 회장이 살고 있다는 아파트의 면적은 219㎥(약 66평)로 거래가격은 17억 원 수준이다.
그런데 신 회장이 살고 있는 이 아파트의 소유자는 신 회장이 아닌 H 신탁주식회사다. 서울의 부촌 중 한 곳인 평창동의 이 고급 아파트는 2009년 입주를 시작하던 당시 미분양으로 애를 먹인 곳으로 분양가 할인, 전세임대 방식 등으로 2013년에야 겨우 미분양을 털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케미칼 법인등기부상 신동빈 회장이 주소를 서울 한남동에서 평창동 아파트로 옮긴 때는 2012년 4월이다. 이후 지금까지 3년이 넘도록 신 회장은 명의 이전 없이 신탁회사 소유의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분양이 발생할 때 시행사가 자금을 관리하기 위해 신탁회사에 맡긴 후 시공사인 롯데가 대물로 인수해 신 회장에게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 회장이 명의 변경을 하지 않고 소유자를 신탁회사로 계속 놔두었기 때문에 취득세·등기세 등 세금을 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등기부등본상 전세·월세 계약 등을 표시하지는 않는다. 신탁회사 소유의 아파트를 신 회장이 전·월세 계약을 맺어 거주하는 것일 수 있다”며 “다만 이럴 경우 H 신탁이 재산세·종부세(종합부동산세) 등을 부담해야 하는데, 신 회장과 계약하면서 그렇게까지 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이한 점은 신동빈 회장이 거주하고 있다는 이 아파트에는 서류상 신격호 총괄회장도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지금까지 신 총괄회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을 집무실 겸 주거지로 사용해왔다. 굳이 자택이라고 한다면 서울 한남동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호텔롯데 대표이사로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법인등기부상 주소지는 차남인 신동빈 회장과 같은 평창동 아파트다. 더욱이 같은 동 같은 호로서 서류상으로만 보자면 차남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모시고 살고 있는 셈이다. 한남동으로 돼 있던 신 총괄회장이 평창동으로 주소지를 옮긴 때도 신동빈 회장이 옮긴 때와 같은 2012년 4월이다.
평창동 아파트로 주소지를 옮기기 전 신동빈 회장의 주소는 서울 한남동의 한 주택. 하지만 이곳 역시 소유자는 신동빈 회장이 아니라 롯데알루미늄이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알루미늄 소유의 한남동 주택으로 주소지를 옮긴 2009년 5월 전까지 살던 한남동 고급 빌라는 오히려 지금까지 신동빈 회장 소유로 돼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000년 한남동 고급빌라를 매입했고 2009년 5월 롯데알루미늄 소유 주택으로 옮기기 전까지 거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신동빈 회장의 이전 주소지였던 롯데알루미늄 소유 한남동 주택에는 서류상 신격호 총괄회장도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호텔롯데 법인등기부상 지난 1998~2012년 신격호 회장의 주소지는 신동빈 회장의 이전 주소지인 롯데알루미늄 소유 한남동 주택이다. 신격호·신동빈 부자가 지난 2009년부터 지금까지 서류상으로는 함께 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신격호·신동빈 부자는 본인 소유의 집을 놔두고 오랫동안 그룹 계열사 법인 명의로 돼 있는 주택과 신탁회사 소유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개인적인 일로서 자세한 사항과 이유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신동빈 회장은 현재 그룹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투명경영을 약속한 상태다. 이를 지키기 위해 신 회장은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 등기부상 주소지는 깔끔하지 못한 상태다. 함께 살고 있지도 않은 아버지와 서류상 오랫동안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돼 있는 데다 본인 소유 집도 아니다. 지배구조는 물론 가족과 본인 주소지 정리도 필요해 보인다.
롯데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내년 완공 예정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의 70층 레지던스로 거주지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호텔 34층에 머물고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 역시 집무실 겸 거처를 내년 롯데월드타워 114층으로 옮길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서류 정리’도 말끔하게 할지 지켜볼 일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