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한화증권·삼성그룹 3사에 매각…“카카오 중심 TF 구성” 가상자산 2단계 입법 등 변수

카카오는 지난 5월 14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주식 228만 4000주를 하나은행에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두나무 지분율 6.55%에 해당하는 주식이며, 처분 금액은 약 1조 33억 원이다. 이어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5월 20일 한화투자증권에 두나무 주식 136만 1050주를 5978억 원 처분을 결정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지분은 6월 15일 하나은행, 한화투자증권과의 거래 이후 0.13%(4만 5000주)만 남게 된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외 다른 카카오 계열사도 두나무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물량도 매각키로 했다. 삼성증권, 삼성SDS, 삼성카드 등 삼성그룹 3개사는 5월 28일 카카오 계열사가 보유하던 두나무 지분 4%(139만 주)를 6128억 원에 취득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이 물량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카카오벤처스, 카카오 청년창업펀드, KIF-카카오 우리은행 기술금융투자펀드가 보유하고 있었다.
카카오는 두나무 창업 1년 만인 2013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설립한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의 1호벤처투자조합이 두나무에 2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에는 카카오가 직접 두나무에 33억 원을 투자했다.
카카오와 두나무는 사업적으로 협력 관계에 있었다. 2014년 두나무는 카카오톡 기반 모바일 소셜 증권 투자 앱인 ‘증권플러스 for Kakao’를 출시했다.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와 두나무가 제휴를 맺는 등 블록체인·가상자산 사업에서도 협력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공시를 통해 두나무 지분 처분목적을 ‘미래 투자재원 확보’라고 명시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AI(인공지능) 사업 성장 가속화가 현재 카카오의 우선순위인 만큼 투자 재원을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AI뿐 아니라 다양한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재원 마련이 그룹 전체의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에 더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 신성장 측면에서 카카오가 추진하고 있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의 향방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2025년 6월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상표를 출원했다. 또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내부 금융 계열사와 함께 그룹 내 TF를 구성해 관련 사업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카카오의 독자노선은 미래에셋그룹의 가상자산거래소 코빗 인수 등 전통 금융권과 가상자산 거래소 간 합종연횡흐름과 대비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보안 리스크에 대비해서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 구성 시 IT 전문 기업이 포함돼야 심사 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돌았다”며 “카카오는 본체가 IT 기업인데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증권 등 금융 계열사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외부 기업과 협력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최근 KB금융, iM뱅크 등 금융권을 비롯해 KG이니시스, NHN KCP 등 주요 PG(전자지급결제대행)사도 스테이블코인 개념검증을 진행 중이거나 이미 마쳤다고 밝혔다. PG업계 한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금융 시스템과 얼마나 안정적으로 연동되느냐가 관건”이라며 “기술 구현 자체보다 수많은 가맹점과 결제망을 대상으로 수조 원 규모의 정산을 안정적으로 처리해 본 기업의 실전 경험과 노하우가 얼마나 많이 쌓이느냐가 스테이블코인 사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관련해서 가상자산 2단계 입법(디지털자산기본법) 법안이 확정되지 않은 것과 금융당국 심사가 변수로 꼽힌다. 가상자산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율을 15~20%(예외 34%)로 제한하는 방안과 지분 51% 이상인 은행 중심 컨소시엄에 스테이블코인 발행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법안 상정이 지연되고 있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 TF의 경우 금융권 계열사가 포함돼 있긴 하지만,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지배구조상 민간 대기업인 카카오 중심으로 쏠리는 형태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도 “결국 발행 주체가 어떻게 정해지느냐가 관건인데, 인프라 구축과 법제화 적용 등 모든 것이 다 갖춰지면 속도감 있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앞서의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와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를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TF를 이미 구성해 사업 기회에 대해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있다”며 “법제화 완료 이후 TF를 중심으로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스테이블코인 관련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