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 10일부터 두 차례에 걸쳐 총 320여 분간의 마라톤협상을 이어갔다. 양당은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을 살려야 한다는 방향은 공감하면서도, 해결 방안에 있어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당은 비례대표 축소를 주장하지만, 야당은 비례대표 축소 절대 불가로 맞서고 있다.
우선 새누리당은 ‘지역구 방어’를 외치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지역구 의석수를 최대 260석까지 늘리고 농어촌 의석수 감소를 최소화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즉 현재 54석인 비례대표 의석수를 일부 줄여 해당 의석수를 농어촌 지역구에 배분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 의석수 축소에 절대 반대하고 있다. 만약 비례대표를 불가피하게 줄여야 한다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또 차라리 의원 정수를 소폭 늘리자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야 지도부는 11일 선거구 획정 비공개 협상에서 의원정수를 ‘1~7석’ 늘리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정수를 확대하자는 야당 주장에 대해 절대 불가를 외쳤던 여당이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논의의 일부 진전이 있었다”며 “농어촌 지역구 감소 문제 때문에 최소 범위에서 의원정수 확대도 할 수 있다고 보고, 여당도 이 부분에 가능성을 열어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일단 의원정수 확대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부인한 상태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야당이 3명 늘리자고 하기에 내가 그 자리에서 ‘절대 안 된다’고 딱 잘랐다”고 했다. 하지만 협상에 참여했던 여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수 확대 관련) 의견을 교환한 건 사실”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만약 양당이 의원정수 확대를 합의한다면 비례대표 54석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대신, 지역구는 246석에서 249석으로 3석 늘려 농어촌 의석수로 배정하자는 안이 유력하다. 이에 따라 의원정수는 현행 300명에서 303명으로 늘게 된다.
하지만 양당 지도부는 국민 정서를 감안해 쉽사리 의원정수 확대 카드를 꺼내놓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앞으로 논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획정안 법정처리 시한은 이제 하루 남았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