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잘못 놓다가 공든탑 흔들
군전역 이후 과거와 같은 맹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그룹 NRG 출신의 방송인 이성진이 사기혐의 피소라는 소식으로 세인들의 눈길을 집중시키고 있다. 빌린 돈 2000만 원을 갚지 못해 고소당한 것인데 고소인이 강원랜드 소속 대리기사라는 부분이 더욱 눈길을 끈다. 고소인 이 아무개 씨는 이성진을 수차례 강원랜드에서 서울까지 대리운전해주며 친분을 쌓은 사이로 알려져 있다.
사건을 담당하는 강원도 정선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관계자는 “지난 11일 고소인 이 씨가 이성진 씨에게 2000만 원을 빌려줬지만 갚지 않는다며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고소장을 통해 이 씨는 “잘 아는 방송국 PD가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대신 빌리는 것이라며 지난 2월 2일 차용증을 쓰고 2000만 원을 빌려갔다”고 밝혔다. 돈은 현금으로 200만 원, 계좌이체로 1800만 원을 건넸는데 계좌는 이성진의 것이 아닌 타인 명의였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타인 명의로 입금해달라고 얘기한 것으로 볼 때 돈을 빌릴 때 얘기한 것처럼 본인이 아닌 다른 이가 돈이 필요해 대신 빌린 것일 수도 있다”면서 “그렇다면 다소 억울한 입장이겠지만 돈을 직접 빌리고 차용증을 쓴 당사자는 분명 이성진 씨다”고 설명한다.
이에 앞서 방송인 조영구도 사기혐의로 피소됐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따르면 조영구는 지난달 노 아무개 씨로부터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로 피소됐다. 고소인 노 씨는 소장을 통해 “지난 2006년 6월 조영구 씨가 ‘장래가 촉망되는 한 신인 가수에게 돈을 빌려주면 책임지고 갚겠다’며 3000만 원을 빌려간 뒤 갚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영구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피소된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조영구는 지난 2006년 노 씨가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고 해 신인가수 고 아무개 씨를 소개해준 것은 사실이지만 직접 돈을 받은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고 씨의 음반이 잘 안되면서 노 씨의 돈 3000만 원은 회수가 어렵게 됐다. 이에 고소인 노 씨는 3000만 원을 ‘빌려준 돈’이라고, 조영구는 ‘투자금’이라고 각각 주장하고 있다. 조영구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되자 괜히 내게 그 돈을 물어내라는 주장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이성진과 조영구 모두 채무 불이행이 사기혐의 피소의 주된 원인이 됐다. 이와 비슷한 연예인의 사기혐의 피소 사건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지난 2009년엔 방송인 강병규가 사기혐의로 피소됐는데 사업운영자금 명목으로 빌린 돈 3억 원을 갚지 못한 게 소송의 이유가 됐다. 또 지난 2006년엔 방송인 이혜영이 전 남편인 가수 이상민을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문제가 된 사안 역시 이상민이 이혜영의 돈 20여억 원을 가로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 같은 채무 불이행 관련 사기혐의 사건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이성진 조영구의 경우처럼 돈이 급한 지인을 대신해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는 중개인 역할을 했다가 가운데서 난처해지는 경우다. 연예인의 경우 유명세가 일종의 보증처럼 여겨져 비교적 돈을 빌리기 쉬운 편이라 지인들에게 이런 부탁을 자주 받게 된다. 이런 경우 일이 잘못되면 가운데서 난처한 상황이 되기 쉽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대표는 “아무리 가까운 경우라도 돈 거래를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얘기가 연예인들한테는 훨씬 절실하게 들릴 것이다”면서 “법적으로 빚보증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연예인의 얼굴과 이름은 빚보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두 번째는 강병규의 경우처럼 사업자금 등으로 본인이 직접 돈을 빌리는 것이다. 인기가 주춤해진 뒤 안정적인 수입원 확보를 위해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사업을 시작했지만 잘 안 돼 빚더미에 올라 사기혐의로 피소되는 경우다.
영화 <디워>를 통해 영화감독으로 거듭난 심형래 역시 사업 문제로 인해 사기혐의로 피소된 바 있다. 주요 투자자 가운데 한 명에게 고소당한 것으로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의 문제가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또한 DY엔터테인먼트(DY)를 설립해 동료 방송인들을 대거 영입한 신동엽 역시 사기혐의로 고소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DY가 디초콜릿이앤에프(디초콜릿)에 합병된 뒤 경영권 분쟁에 참여하기도 했던 신동엽은 “계약금을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의 전속계약서를 사후적으로 변경했다”는 이유로 디초콜릿으로부터 고소당했다.
연예인 입장에선 사실 여부를 떠나 사기혐의로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커다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연예인 사기 사건은 조용히 마무리됐다.
이성진, 상습도박도?
악성루머 ‘꼬리에 꼬리’
연예인 입장에서 사기혐의 피소가 두려운 더 큰 이유는 부가적으로 생성되는 악성 루머 때문이다.
이성진의 경우 역시 본 사건보다 ‘상습 도박 의혹’이 더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돈을 빌려준 고소인 이 아무개 씨는 강원랜드 소속 대리기사로 이성진을 태백에서 서울까지 태워주며 친분을 쌓았다. 그만큼 이성진이 강원랜드를 자주 찾았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도박이 아닌 다른 이유로 강원랜드를 자주 찾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그렇지만 이 씨가 매스컴과의 접촉에서 “기한 내에 돈을 안 갚아 독촉 전화를 했는데 ‘카지노에서 돈을 많이 잃어 기분이 나쁘니 나중에 통화하자’며 끊었다”고 얘기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이로 인해 이성진이 2000만 원을 빌린 것 역시 아는 PD의 부탁 때문이 아닌 도박 빚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경찰은 이성진에게 출두 요청을 해놓은 상황으로 이성진이 경찰 조사를 받으면 이런 의혹도 밝혀질 전망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