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민감한 사안 자극한 탓” 정치적 탄압 의혹...구로구청 “공단 실수로 철거” 해명
서울 도심지 내 초대형 개발부지로 꼽히는 영등포교도소 이전 부지.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서울 구로구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지역 시민단체 ‘구로미래포럼(대표 김익환)’은 서울 주요 현안 중 하나인 ‘구 영등포교도소 이전부지 개발사업’이 난항을 겪는 데 대해 사업을 촉구하는 캠페인 활동을 전개해 왔다.
구로미래포럼을 이끌고 있는 김익환 대표는 ‘영등포교도소 이전부지 슬럼화 대책위원회(대책위)’를 꾸리고 최근 해당부지 개발 사업을 촉구하는 현수막 설치 및 주민 서명운동을 꾀해왔다. 지난달 대책위는 현수막 10점을 지역 곳곳에 게시했다가 구로구청에 철거를 당했다. 심의 및 허가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책위는 곧바로 지역 관할기관인 ‘구로구시설관리공단’ 측에 정식으로 해당 현수막 3점의 게시를 위해 신고를 했다.
구로구시설관리공단은 해당 현수막에 대해 심의를 통해 게시 허가를 내줬다. 이에 따라 대책위는 공단 측에 현수막 3점에 대한 수수료(개당 4만 8610원)를 지급하고 지역 3곳에 정식으로 현수막을 게시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당시 신고서에 따르면, 현수막은 ‘영등포교도소 이전부지 방치 슬럼화, 우범화 우려! 개발착수라’는 문구였고, 게시 기간은 11월 1일~15일까지였다.
이후 일이 발생했다. 11월 5일, 게시 허가를 내준 구로구시설관리공단 측이 현수막을 돌연 철거했기 때문이다. 대책위 측이 이 사실을 안 것은 철거가 된 다음 날이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구로구 측에서 최초 우리 현수막을 철거한 것은 허가를 받지 않는 우리 잘못이기에 할 말이 없다”라며 “그런데 정식으로 허가를 받은 현수막까지 당사자인 우리에게 통보조차 하지 않고 철거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11월 6일, 시설관리공단 측에 따져 물으니, 담당자는 ‘구로구청 도시개발과에서 민원이 제기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둘러댔다”라며 “그런데 구로구청 도시개발과에선 ‘우린 현수막을 철거하라고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구로구청과 산하 단체인 시설관리공단 측의 해명이 엇갈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항의가 거세지자 11월 9일 구로구청과 시설관리공단 측 관계자가 우리 사무실에 직접 찾아왔다”라며 “담당자들은 결국 우물쭈물 대다 수수료 환불과 함께 사과로 무마하려고 했다”라며 “아마도 구로구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우리가 자극했기에 부담을 느낀 것 같다.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 자체가 지역 민심에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특히 현수막을 철거한 담당자들이 ‘민원이 제기됐다’라는 것에 대해서도 “허가를 받고 게시한 현수막이다”라며 “설령 민원이 제기됐다고 하더라도 공식 허가를 득한 현수막을 당사자에 언지도 없이 철거할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허가를 내준 관할 공공기관이 게시물 내용이 지역사회의 현안문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또 일부 민원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허가를 득한 당사자에 아무런 언지 없이 이를 철수한 행위는 자칫 지역 자치단체가 지역 시민단체를 정치적으로 탄압하고 있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다.
이에 대한 구로구청과 구로구시설관리공단 측의 해명은 다소 석연치 않았다. 일단 현수막 허가를 내주고도 일선에서 철거 작업을 진행한 관리공단 측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게시물에 대한 심의 과정에서 세부적 지침이 부족하다보니 우리가 거르지 못한 부분이 있다”라며 “구청 쪽에서 현수막 내용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또 우리가 그분(대책위)들에게 철거 전에 미리 말씀드려야 했는데 절차적으로 잘못한 부분이 있다. 그 점에 대해선 인정 한다. 그래서 우리도 환불처리도 해드리고 직접 찾아가 사과도 드렸던 것”이라고 절차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그렇다면 구로구 측은 산하단체 격인 시설관리공단 측에 현수막 철거를 실제 지시했는지, 또한 그 이유는 무엇인지가 의문으로 남게 된다. 이에 대해 구로구 측 관계자는 “우리가 시설관리공단에 해당 현수막에 대해 문의를 한 것은 맞지만 민원이 있어서 단지 사실관계 확인 차원이었다”라며 “게시물 인허가 권한은 시설관리공단 측에 있다. 공단이 아무리 우리의 산하기관 격이라 해도 절대 우리가 떼라고는 못한다. 단지 확인 차원의 전화였는데, 공단 측이 다음 날 떼어 버린 거다”라고 공단 측에 책임을 떠넘겼다.
‘공단 측이 상급기관인 구로구의 단순한 확인전화에 지레 겁을 먹고 현수막을 철거했다는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구로구 측 관계자는 “그런 측면이 있다”라고 답했다. 구로구 측의 이러한 해명에 대해 앞서의 시설관리공단 측은 반문도 인정도 하지 않았다.
다만 구로구청 측은 “해당 부지 땅값만 약 5000억 원(부지 규모 약 10만 제곱미터)이다. 현재의 부동산 경기로 볼 때 개발이 더딘 부분이 있다”라며 “다만 대책위 측은 사업 무산과 같은 표현을 쓰는데 지연이 되고 있을 뿐, 사업이 무산된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 개발사 모집 공고를 냈지만 유찰됐다. 워낙 큰 사업이라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고 개발촉구의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4년째 방치…영등포교도소 부지 지역 흉물로 전락 영등포교도소는 제1공화국 수립 후 1949년 12월, ‘부천형무소(당시 고척동은 서울 분구 이전 부천 지역이었다)’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이곳은 건국 이후 반세기 동안 국내 정․재계 인사들이 다수 수감됐던 곳으로 유명하다. 1990년대 이후 지역주민들은 도심지 한 가운데 자리한 영등포교도소 이전을 줄곧 요구해 왔다. 이는 매 선거마다 쟁점으로 떠올랐다. 결국 지난 2007년 법무부, LH, 구로구 간 부지이전 협약이 체결됐고 2011년 교도소는 서울 천왕동으로 이전됐다. 하지만 구 영등포교도소 부지는 지난 4년간 철거조차 되지 않은 채, 지역 흉물로 남아있다. 법무부로부터 땅을 사들인 LH는 민간건설사로 구성된 비채누리 컨소시엄과 행정복합타운, 아파트, 공원 건설을 포함한 부지 개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컨소시엄 측은 지난해 7월 사업성을 이유로 돌연 계약을 취소했다. 지난 10월, 새로운 임자를 찾기 위해 다시 한 번 개발사업 공고를 냈지만 유찰됐다. 현재는 2차 공고가 진행 중이지만 마땅한 임자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다만 구로구 측은 올 연말 업체를 선정해 철거 작업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황이다. 심각한 부동산 경기 불황 탓에 구로구청이 마땅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인근 주민들의 불편만 지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