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야동 퍼가셈” 음란물 유포 성지 부상
‘텀블러’는 다른 SNS들과 달리 익명성이 보장된다. 신상 노출의 염려가 없는 데다 자유로운 콘텐츠 정책으로 음란물 유포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자신의 몸 사진을 주기적으로 올리는 텀블러의 한 계정에 올라온 게시글이다. 이 이용자의 글과 사진에는 수백 개의 ‘반응’이 달려 인기를 짐작하게 했다. 또 다른 이용자와의 수위 높은 대화가 이어졌다. 약간의 검색만 하면 음란물과 몸캠을 올리는 계정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1조 원짜리 성인사이트’, 텀블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야후는 2013년 11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에 텀블러를 인수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 세계에 이용자 1억 1000만 명을 거느린 서비스다. 국내 이용자는 29만 명 수준이다. 인스타그램과 비슷하게 글보다는 사진이나 영상 위주의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또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달리 게시글을 올리는 순서대로 다른 이용자에게 공개되는 ‘뉴스피드’ 방식이 아닌, 해당 계정에 직접 들어가야 볼 수 있는 블로그 형태를 취하고 있다.
텀블러가 음란물 유포의 ‘성지’가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가입이 쉽고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SNS 애플리케이션으로는 드물게 텀블러는 다운로드에 나이제한이 걸려있다. 안드로이드의 플레이스토어는 텀블러는 이용자의 연령을 12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앱스토어에서는 17세 이용가라고 소개하며 ‘상습적인 과도한 노출’이 포함된 콘텐츠가 게시됐음을 알렸다. 일반 SNS이기에 19세 제한을 하지 못해 애매한 나이 제한을 두고 있는 셈이다. 가입은 더 쉽다. 이용자의 이메일과 나이만 입력하면 된다. 물론 우리나라 사이트 같은 실명인증, 연령 인증 같은 건 없다. 둘 다 거짓으로 적어도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
또 ‘리블로그’ 기능으로 콘텐츠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특성도 하나의 이유다. 리블로그를 누르면 해당 콘텐츠가 자신의 계정으로 복사돼 게시된다. 원작자가 해당 글이나 사진을 삭제해도 리블로그된 게시물은 남는다. 심지어 유명한 음란계정의 ‘미러링’ 계정도 존재한다. 또 어떤 이용자는 다양한 이용자의 음란물을 모아 자신의 계정을 꾸미기도 한다.
텀블러는 다른 SNS에 비해 폐쇄적이다보니 검색 편의성은 떨어진다. 때문에 남성들이 다수인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텀블러 검색어를 추천해달라’는 등의 글이 올라온다. 검색엔진에 텀블러를 입력하면 ‘19’, ‘검색어’, ‘닉네임’ 등의 연관 검색어가 따라온다. 하지만 텀블러의 메인화면에는 ‘주요’ 계정이 자동으로 추천돼 음란물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반면 인스타그램은 해시태그로 원하는 콘텐츠를 검색할 수 있다. 때문에 인스타그램에서 ‘#섹스타그램’, ‘#섹스타램’ 등을 입력하면 음란 사진 수만 건이 검색된다. 때문에 게시글 삭제도 빈번하다. 이용자가 선정적인 내용이나 사진을 신고하면 삭제조치가 이뤄진다. 텀블러는 ‘너무 잔혹하거나 사회적 규범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어떤 종류의 게시물도 허용한다’고 약관에 명시해 이용자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소라넷 등의 음란사이트가 폐쇄성 때문에 텀블러에 둥지를 틀기도 한다. 파일공유사이트나 성인사이트는 이름과 로고를 그대로 가져와 콘텐츠를 올린다. 음란사이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발견되는 대로 접속차단 조치를 하지만 실효성이 없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원천적 단속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접속이 차단되면 트위터를 통해 새로운 주소를 알려줘 이용자들을 모은다. 텀블러 역시 접속이 차단되면 새로운 계정을 손쉽게 만들 수 있어 단속은 무의미하다. 때문에 텀블러 이용자들은 성인사이트 텀블러 버전의 주소 목록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공유한다. 소라넷 텀블러 계정을 보고 본사에 신고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는 한 여성은 “본사로부터 동영상, 사진 속 여성이 피해를 입었음을 증명해야 계정을 삭제조치 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음란물이라는 게 당연한데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아 답답했다”고 설명했다.
방심위에 따르면 텀블러는 불법유해정보가 가장 많이 단속되는 SNS로 꼽혔다. 2013년 6650건에 그쳤던 유해정보 차단 건수는 지난해에는 약 2만 건에 달했다. 텀블러의 경우 10월 31일 기준 총 8577건의 유해정보가 차단됐다. 이중 음란물은 8547건으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방심위 관계자는 “지속적 모니터링을 통해 각종 음란물을 접속차단조치 하고 있다. 음란물 계정이 접수되면 해당 좌표를 걸러내 모바일에서도 접속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