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절 전문의로 유명한 얼바니악 박사가 직접 김재현의 몸 상태를 면밀히 진단했다. 결과는 한국에서와 같았고 수술만이 살 길이라는 판명이 내려졌다. 그런데 문제는 수술 후 다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느냐의 여부. 이 질문에 대해 이 박사는 얼바니악 박사의 소견을 전하는 걸로 대신했다.
“얼바니악 박사는 수술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즉 그 뜻은 수술 방법의 다양성이 아니라 여러 가지의 방법을 통해서 가장 좋은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뜻이고 그만큼 비관적이라는 내용”이라면서 “솔직히 김재현의 재기 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한 가닥 희망을 갖고 수술을 하는 것이다. 시도도 하지 않고 포기할 수는 없는 게 아닌가. 이식 수술 등 여러 방법들이 있는데 얼바니악 박사도 뭘 선택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재현의 몸에 이상이 나타난 시기는 지난 6월경. 엉덩이 부분에 통증을 느낀 김재현은 동네 병원에서 먼저 X-ray부터 찍어봤다. 결과를 본 의사는 좀 더 큰 병원으로 옮겨가 정밀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유했고 불길한 예감을 떨치지 못한 김재현은 이경태 박사를 찾아가 자신의 몸에 나타나는 이상 증상에 대해 털어놓았다. 당시 이 박사는 고관절질환 전문가인 삼성의료원의 박윤수 박사에게 자문을 구했고 결국 박 박사가 김재현의 상태를 검진한 뒤 최종적으로 대퇴골두무혈성괴사라는 희귀병임을 알렸다고 한다.
이 박사는 김재현에게 나타난 병의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 무척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보였다. 즉 과다 음주, 과다 스테로이드, 과다 운동 등이 원인이 돼 대퇴골두무혈성괴사라는 병으로 나타나긴 하지만 김재현의 경우엔 술과 운동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 즉 스테로이드 쪽이 발병 원인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진단이다. 김재현이 어떤 방법으로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본인이 모르고 있는 일이라면 한약재를 통해 복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을 밝혔다.
이 박사는 처음 김재현의 병에 대해 언론에 알리는 문제를 놓고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FA를 눈앞에 둔 선수가 그것도 올 시즌 어느 해보다 열심히 뛴 선수였고 팀의 우승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고 할 만큼 훈련에 최선을 다했던 선수가 희귀병으로 인해 선수 생활 중단 위기에 몰렸다는 현실을 본인과 기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김재현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과다 음주나 과다 약물 복용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 대해 알아둬야 한다는 메시지 전달 차원에서 ‘오픈’을 하기로 했는데 그렇다고 모든 걸 다 밝힐 수는 없었다며 안타까워한다.
“경기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선 일시적인 ‘마약’보다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약도 선수들한테는 ‘매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꼭 명심해 주길 바란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