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에 다다른 아시안게임 선수촌의 저녁 풍경은 너무나 한산했다. 남은 선수들 대부분이 부산 시내로 쇼핑을 하러 나갔기 때문. 선수촌 휴게소에도 운동복 전문점과 한국 전통 공예품을 취급하는 곳이 있지만 종류가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밖으로 쇼핑을 나간다. 콜밴을 불러 단체로 쇼핑을 가거나 자원봉사자들에게 물어 외출을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 나라별로 쇼핑 스타일도 다르다. 일본 선수단은 어김없이 부티 나는 경제력을 과시했다. 선수촌 입구에서 삼삼오오 명품 쇼핑백을 양손에 끼고 들어오는 일본 선수들을 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선수촌에 TV가 비치되지 있지 않자 TV를 단체로 사오기도 했다.
중동 선수들은 아예 쇼핑 리스트를 작성해 택시를 타고 이동한다. 한 택시 기사는 “몇 년 지난 한국 제품 카탈로그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쇼핑하러 간다. 아마 여러 해 동안 준비한 모양”이라며 “하지만 무조건 싼 데로 데려다 달라고 떼를 써서 가끔 난처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날씨가 추워지자 선수촌 주위의 할인점에서는 침구류가 동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할인점의 한 직원은 “동남아 선수와 중동 지방 등 대체로 더운 지방에서 온 선수들이 날씨가 추워지자 순식간에 이불을 모두 사갔다”고 말했다. 또한 중동 선수들은 참치캔 등의 통조림을 고국에 선물로 많이 가져간다고 전했다.
얼굴이 잘생긴 외국인 선수들은 쇼핑 정보를 얻기가 더 쉽다. 선수촌 앞에 사인을 받으려고 진을 치고 기다리는 인근 학교 여학생들을 상대로 ‘싸게 살 수 있는 곳’에 대한 정보를 얻기 때문. 선수 이름도 종목도 모르지만 얼굴이 잘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대만 배구 선수들은 그 자리에서 쇼핑 정보를 얻어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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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 2024.12.31 1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