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을용 | ||
어떤 경우엔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부당한 대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지만 한국에 알려지는 것만을 막겠다는 일념 하에 힘들어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터키 프로리그 진출 1호인 이을용(27·트라브존 스포르)은 얼마 전 터키 신문에 자신도 모르는 트레이드 기사가 실려 한동안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순간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일보다 한국 언론이 곧바로 그 내용을 받아서 트레이드설을 흘릴 것이란 생각에 미치자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결국 미확인 보도라는 것이 판명 났지만 최근 자신에 대한 이상한 소문들이 터키보다 한국 매스컴에서 떠돌고 있는 상태라 남몰래 속을 끓여야 했다.
현재 이을용은 왼쪽 발목 부상으로 러닝조차 힘들 정도다. 특히 태어난 지 1백일 밖에 안된 태석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을 떠올리면 목이 메일 지경이다.
▲ 지난 7월29일 터키 트라브존 스포르와 계약을 하고 귀국한 이을용의 공항 기자회견. | ||
“내가 지금 여기서 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지 자주 회의를 느꼈다. 물론 한국에서도 고생을 많이 했지만 외국에서 부딪히는 것과는 또 달랐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고생하는 것도 젊을 때나 가능한 일이라고 자위하며 견뎌내려고 노력중”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통역이 없는 바람에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구단측에 뭔가를 요구해야할 때는 막막하기 이를 데 없다. 할 수 없이 우연히 알게된 이스탄불의 한국 교민한테 전화 통역을 부탁한다. 즉 구단에 대한 요구 사항을 한국 교민에게 알려주면 그가 구단으로 전화를 걸어 이을용의 의사를 대신 전하는 방법이다.
한동안 차량 때문에 골머리를 앓은 적도 있다. 구단에서 제공한 차가 독일제 수동 변속기어이다보니 작동법을 모른 이을용으로선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 결국 이을용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국내 자동차 회사에서 차량 지원을 약속함으로써 터키 생활의 ‘뜨거운 감자’였던 승용차 문제가 일단락 됐다.
독일 프로리그에 진출한 ‘핸드볼 스타’ 최현호(25·굼머스바흐)는 최근 설자리를 잃고 말았다. 최근 소속팀의 유고 출신 감독이 자국에서 용병을 데려옴으로써 용병이 뛸 수 있는 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미 자리를 잡은 사람은 선배 윤경신. 독일 진출 6년 동안 득점왕에만 5차례 오르는 등 독일 핸드볼계에선 최고의 스타로 대우받고 있다. 주전 선수로 뛰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 최현호 | ||
구단측에서도 최현호를 잡을 마음이 없는 듯 선뜻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11월 말까지는 다른 팀이나 다른 리그로 이적해야 하는데 국내 매니지먼트사에서 프랑스, 덴마크, 이탈리아 등의 프로리그를 열심히 노크하고 있지만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다. 더 이상 해외 잔류가 힘들다고 판단되면 국내 복귀 계획도 있다. 문제는 그를 불러들일 팀이 있을지의 여부. 최현호가 2년여간 독일에서 생활하며 배운 것은 독일어와 인내심이라고 한다.
대학을 중퇴하고 혈혈단신 벨기에로 진출한 겁 없는 선수들도 있다. 맨손으로 무작정 벨기에에 건너가 입단 테스트를 받고 무명 생활을 한 이상일(23)과 신영록(24)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두 선수의 활약이 간간이 소개되는 등 힘든 무명 생활이 조금씩 결실을 맺는 듯했지만 올해는 단 한 줄의 자투리 기사조차 찾아보기 힘들 만큼 활약이 미미하다.
축구화 살 돈이 없어 늘 부담스러워 했으나 아디다스 코리아로부터 협찬을 받은 뒤로는 마음껏 공을 찰 수 있다고 좋아했던 두 사람이었다. 벨기에 하면 설기현만을 떠올린다며 못내 아쉬움을 전했던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휴대폰 번호까지 바꾼 터라 연락조차 어려운 상태다. 벨기에에서 발판을 다진 뒤 빅리그로 진출하겠다고 의욕을 다지던 두 선수의 소식이 여간 궁금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