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아들 또 어디론가 훌쩍
심한 우울증을 앓다가 가출한 스페인 의사 까를로스 데 살라잘이 이탈리아의 깊은 숲속에서 20년 만에 목격됐다. 그는 사람들한테 노출되자 홀연히 다시 길을 떠났다.
스페인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던 까를로스 데 살라잘이 갑자기 사라진 것은 20년 전인 지난 1996년이었다. 당시 그는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어느 날 갑자기 집을 나간 후 그렇게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사고를 당했는지, 납치를 당했는지, 아니면 어디서 목숨을 잃었는지 알 길이 없던 부모는 백방으로 아들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목격자도 나타나지 않았고, 아들에 관한 그 어떤 소식도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결국 지난 2010년 스페인 경찰은 살라잘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공식 발표했고, 그렇게 살라잘의 부모는 아들을 가슴에 묻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최근 이탈리아에서 놀라운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토스카나 스칼리노 외곽의 깊은 숲속에서 아들이 발견됐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버젓이 살아있는 상태로 말이다. 아들을 처음 목격한 것은 버섯을 따러 숲속으로 들어갔던 마을 주민 두 명이었다. 수염이 텁수룩한 지저분한 몰골의 산사나이를 발견했던 주민들은 처음에는 놀라서 도망을 쳤다가 다시 순찰대원과 함께 그를 찾아왔다.
신분을 증명할 수 있겠느냐는 요청에 그는 낡고 바랜 오래된 여권 하나를 보여주었다. 여권에는 분명히 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 소식을 접한 살라잘의 부모가 스페인에서 급히 이탈리아의 숲을 방문했지만 아들을 만날 수는 없었다. 사람들이 다시 살라잘의 오두막을 찾았을 때 그는 이미 짐을 챙겨 어디론가 떠난 뒤였다. 언제 다시 그를 만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살라잘의 부모는 “우리는 아들의 뜻과 자유를 존중한다. 하지만 다시 아들을 품에 안기 전까지는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게 마지막 단 한 번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라며 아쉬운 마음을 표현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