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배 수준 뛴 방송권료에 방송사들 포기…닛테레는 ‘오타니 섭외’ 위해 영상 제작 맡아 “OTT 하청”

WBC를 운영하는 WBCI(World Baseball Classic Inc.)의 짐 스몰 사장은 이번 독점 계약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시청 습관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젊은 층뿐 아니라 비교적 연령대가 높은 팬층에서도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방송업계 관계자는 다른 배경을 언급한다. “주최 측이 제시한 방송권료가 전 대회보다 약 5배 수준까지 상승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지불한 계약 규모는 150억 엔(약 1400억 원)대로 알려졌다. 그동안 대회를 지원해 온 요미우리신문사와 NHK 그리고 민영 방송사들도 결국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150억 엔이라는 금액은 광고 수입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 텔레비전 비즈니스 모델로는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다”며 “결국 일본 방송사들은 중계권 경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스포츠 중계권 시장에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OTT 플랫폼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이들 기업은 기존 방송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중계권료를 제시하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일본 방송업계에서는 이번 WBC가 “지상파 스포츠 중계 시대의 전환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니혼테레비(닛테레)’는 완전히 손을 떼지 않았다. 중계권은 넷플릭스가 보유하고 있지만, 경기 영상 제작은 닛테레가 담당한다. 넷플릭스 중계를 위한 제작과 프로모션을 맡는 형태다. 자칫 “일본 지상파가 미국 OTT의 하청이 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따라붙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닛테레는 왜 이렇게까지 해서 WBC에 관여하려는 걸까.
닛테레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오타니 쇼헤이 선수의 출전이 확정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놨다.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로 평가받는 오타니는 일본 TV 업계에서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절대적인 콘텐츠’다. WBC라는 국제무대의 중계를 맡는다는 것은 곧 오타니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주간겐다이’는 “닛테레가 오타니 선수와의 독점 인터뷰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출연을 성사시키기 위해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닛테레 편성 관계자는 “이번 대회에 스포츠국 인력이 거의 전원 투입된다”며 “중계를 계기로 오타니 선수와 더욱 깊은 관계를 만들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프로그램 출연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