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못본 ‘걸그룹 출신’들 여기 다 모였네
지난 10월 서울지방경찰청은 성매매 일당을 검거했다. 그것도 ‘연예인 성매매’다. 인터넷 광고를 통해 ‘전 걸그룹 멤버’와 ‘인터넷 쇼핑몰 모델’, 그리고 ‘연예인 지망생’ 등과의 성매매를 알선해 오던 일당이 검거된 것. 사실 이런 광고가 다소 부풀려진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경찰 수사 결과 성매매에 나선 여성들 가운데 실제로 전 걸그룹 멤버와 모델 등이 포함돼 있었다. 과장 광고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연예인 성매매 사건’이다.
수법은 요즘 흔한 방식이다. 우선 호텔과 오피스텔 등이 성매매 장소였다. 성매매 일당이 호텔 객실을 잡아 놓은 뒤 거기서 성매매가 이뤄지도록 했는데 매일 호텔 객실을 바꾸는 등의 수법으로 단속을 피했다. 성매매 가격은 60만 원에서 150만 원 사이로 비슷한 형태의 불법 성매매에 비하면 고액이다. 연예인 성매매이기 때문이지만 일반적인 연예인 성매매와 비교하면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스타급 여자 연예인의 성매매 비용으로 수천만 원이 거론되곤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격 차이는 결국 인기의 차이다. 이번에 검거된 성매매 여성들은 ‘연예인’이라 할 수도 있지만 부르기 애매한 이들이다. 우선 모델의 경우 실제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모델로 활동한 이력이 있지만 전문 모델이라고 보기는 힘든 이들이다. 전 걸그룹 멤버들은 더욱 그렇다. 앨범을 내고 활동을 했지만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이런 걸그룹 멤버 출신 여성은 이제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고 설명한다. 한 가요관계자의 얘기다.
“야심차게 준비해서 데뷔했지만 그룹 이름조차 알리지 못한 채 사라지는 걸그룹이 매년 수십 개 이상 쏟아지고 있다. 그런 지 벌써 몇 년이나 됐다. 그룹 이름조차 대중이 모르고 있는데 어찌 멤버들의 이름까지 기억하겠는가. 더 복잡해지는 부분은 그런 걸그룹의 잦은 멤버 교체다. A라는 걸그룹이 있다고 치자. 5인조라면 처음 꾸려진 다섯 명의 멤버가 그대로 데뷔하는 경우는 드물다. 준비 과정에서 한두 명의 멤버가 교체되는 일이 다반사다. 그렇게 데뷔조차 못한 채 사라진 ‘걸그룹 전 멤버’가 엄청나다. 데뷔 앨범이 실패한 뒤 2집 앨범을 준비하며 한두 명의 멤버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가 대거 교체되거나 아예 멤버 전원이 달라지는 걸그룹도 많다. 데뷔 앨범이 실패한 탓에 멤버 교체도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다.
A라는 5인조 그룹만 해도 데뷔 이전에 교체된 멤버가 1~2명일 테고 2집 앨범을 준비하며 멤버를 전원 교체했으면 다시 5명이 전 멤버가 된다. 행여 2집이 떠서 어느 정도 그룹 이름을 알리게 됐을지라도 그 이전에 A 걸그룹을 거쳐간 전 멤버가 벌써 6~7명이다 된다. 그들이 성매매를 했다면 과연 그것이 연예인 성매매일까 의문스럽다.”
이렇게 전직 연예인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연예인의 꿈을 키우며 또 다른 걸그룹의 멤버가 되는 경우도 있고 배우로 변신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게 연예인의 꿈을 좇아 언젠가 스타가 되는 사례도 있지만 그 정도에서 연예인의 꿈을 포기하는 이들도 많다. 연예인 데뷔라는 외길을 달려온 이들에게 세상은 너무나 험난한 곳일 수밖에 없고 그 와중에 성매매 등의 어두운 손을 덥석 잡는 케이스가 급증하고 있다.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을 공급 초과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역삼동 소재 룸살롱 사장의 얘기다.
결과적으로 이번 경찰 단속과 유사한 사례가 앞으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유흥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아니 또 다시 발생이 아닌 발생 사례 급증이 정확한 그들의 진단이었다. ‘연예인 출신’이라는 애매한 이름표는 여전히 유흥업계와 윤락업계에선 프리미엄이다. 이번에 단속된 불법 성매매 사건에서도 그들이 ‘연예인 출신’이라는 까닭에 화대도 일반적인 불법 성매매와 비교해 상당히 고가였다. 그런데 공급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단속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며 연예인 출신이라는 프리미엄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