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몸싸움을 하고 있는 박지성. | ||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적문제가 채 풀리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모 신인 여자 연예인과의 열애설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리자 더더욱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수십 군데서 걸려오는 전화 공세로부터 당분간은 피하고 싶었던 까닭이다.
그런 박지성이 휴대폰의 전원을 다시 켰다. 가려서 전화를 받겠다고는 했지만 ‘완전범죄’를 꾀할 수는 없었다. 어렵게 전화통화가 이뤄지자 박지성이 오히려 선수를 쳤다. “왜 이렇게 오랜만에 전화를 주셨냐”는 아부성 멘트였다. 얼굴 맞대고 하는 인터뷰보다 전화 인터뷰에 ‘말발’을 세우는 박지성과의 솔직한 인터뷰를 담아본다.
박지성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요즘처럼 괴롭고 힘든 적이 없었다며 하소연을 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교토 퍼플상가 잔류냐 아인트호벤의 히딩크 품으로 안기느냐 하는 문제가 연일 시끄럽게 보도되고 있어 머리가 깨질 지경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래도 현재의 정확한 심정은 50:50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한다. “난 처음부터 반반이었다. 아인트호벤행이 결정났다는 신문 보도가 나갔을 때도 흔들림 없이 반반이었다. 그런데 아인트호벤에서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했고 그 조건이 약하지 않다고 생각한 기자들이 날 아인트호벤으로 보내 버린 것이다.”
박지성한테 J리그에 남고 싶은 이유와 아인트호벤으로 가고 싶은 이유를 똑같이 물었다. “J리그에서 계속 뛴다면 당분간 쉴 수 있다는 점이다. 월드컵 훨씬 이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쉬질 못했다. 휴식을 통해 재충전한 다음 기술적으로 모자란 부분과 영어 공부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 아인트호벤행에 대한 매력은 어린 나이에 갈수록 적응하기가 훨씬 편하고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히딩크 감독 밑에서 선수로 뛸 수 있어 좋다.”
그렇다면 과연 박지성의 마음은 정확히 50:50일까. 어떤 쪽으로의 기울임도 없이 중앙에 똑바로 ‘마음의 침’을 고정시키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박지성의 말을 종합해 보면 아무래도 현재 머물고 있는 교토 잔류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박지성은 “체력적으로도 완전하지가 않은 상태고 J리그에서 내 진가를 다 보여주지 못했다”며 여지를 남겼다. 특히 “J리그에 남는다면 언어를 제대로 배워 갈 수 있다. 사실 새로운 무대에 다시 도전해야 한다는 부분이 두렵기도 하다. 일본은 어린 나이에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 와서 겁이 뭔지를 몰랐다. 지금은 낯선 곳, 그것도 동양이 아닌 유럽이란 생소한 환경에서 걸음마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일이 겁난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최근 일어났던 연예인과의 스캔들에 대한 진위 여부를 물었다. 박지성은 기다렸다는 듯이 반응했다. “내가 이렇게 유명한 사람인 줄 몰랐다. 기사거리도 안되는 얘기가 스포츠 신문 1면에 실릴 정도라는 게 놀라웠다. 소개로 만나긴 했지만 인사하는 수준에 그쳤다. 물론 예의상 전화번호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그 이후 단 한 차례도 통화한 적이 없다. 솔직히 연예인에 대해선 별다른 관심이 없다.”
박지성은 연예인과의 염문설에다 서울 청담동의 한 미용실을 자주 이용한다는 연이은 보도에 할 말을 잃었다. “난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다. 어떻게 그 미용실을 자주 이용할 수 있겠나. 서울에 있을 때 한 선수의 소개로 그 미용실을 알게 됐고 몇 번 갔었다. 물론 그곳에서 연예인을 만난 적은 있지만 사인을 요청해와 사인해준 일밖에 없다. 그런데 마치 미용실을 통해 여자 연예인을 사귄 것처럼 알려져 황당했다.”
박지성은 아버지 박성종씨로부터 심한 꾸지람을 받았다고 한다. 행동거지를 조심하라는 특별한 지시를 받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잘못한 점은 없다는 생각에 억울하기 짝이 없다.
“연예인과 데이트하는 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상형이 현모양처형은 아니다. 내가 내성적이기 때문에 밝고 활달한 여자가 좋다. 요즘 같아서는 이렇게 힘들 때 전화통화하며 하소연할 수 있는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