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이때부터 여성을 폄하하는 단어 ‘김치녀’가 ‘김치남’으로 바뀐 글이 메르스 갤러리 게시판을 뒤덮었다. 누리꾼들은 이들이 마치 ‘이갈리아의 딸들 같다’며 메갈리안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메르스 갤러리에서 독립한 메갈리안들은 ‘메갈리아’ 사이트를 만들었다. 그런데 메갈리아에 비해, 색채가 다른 커뮤니티가 있다. 바로 페이스북 페이지 ‘메갈리아4’다. 7일 현재 1만 4000여 명이 ‘좋아요’를 누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메갈리아4는 메갈리아와 지향점은 같지만 표현방식은 한층 더 부드럽다. 7일 <일요신문>은 메갈리아4 운영자를 e-mail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메갈리아4의 탄생 배경은.
디시인사이드의 메르스 갤러리가 한창 화제가 되었을 때, 여전히 메갤러(메르스 갤러리 이용자)들은 탄압받고 있었다. 메겔러들의 글은 계속 삭제됐고 ‘여혐’러들은 온갖 욕설과 협박으로 메르스 갤러리를 도배했다. 이때부터 메겔러들은 디시인사이드가 아닌 다른 곳에 ‘개념글’을 저장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주장을 퍼뜨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때마침 메겔 관리자가 페이지를 개설할 여력이 생겼다.
비실명 계정으로 페이스북 페이지 ‘메갈리아’를 그 때 처음 만들었다. 하지만 페이지에 대한 신고가 누적되기 시작했다. 약 일주일 만에 아이디 접근도 차단됐다. 메갈리아2를 실명계정으로 다시 만들었지만 ‘편파적 발언’에 해당한다는 페이스북 커뮤니티 표준 때문에, 이 페이지도 약 일주일 만에 삭제됐다. 메갈리아3도 약 5일만에 동일한 이유로 삭제됐다. 결국 메갈리아4를 만들었다.
―메갈리아4가 나오게 된 근본 원인은.
한국 사회에 깊게 뿌리 내린 ‘여성혐오’ 때문이다. 최근 유독 이슈가 더 많았다. ‘된장녀’ 등 각종 ‘XX녀’를 사용하며 언론은 적극적으로 여성혐오를 조장해왔다. “IS보다 페미니즘이 더 위험하다”는 발언도 있었다. 심지어 “처녀가 아닌 여성은 참을 수 없다”는 정체모를 발언도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각종 강력 범죄 피해자는 주로 여성이다. 그런데도 수많은 남성들은 “성폭력을 당하면 짧게 입고 다닌 피해자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또 이들은 자신의 이성 애인이 짧은 옷을 입고 다니면, “패서 집 밖에 못 다니게 해 줄거다”라는 식의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환호했다. 심지어 일부 여성들도 이런 댓글이 남자답다며 ‘좋아요’를 눌렀다.
―메갈리아 사이트와 메갈리아4의 차이점은.
메갈리아 사이트는 미러링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여성혐오를 보여준다. 여성혐오를 ‘혐오’하는 활동을 한다. 그러나 메갈리아4는 미러링을 사용하지 않는다. 좀 더 온건한 방식으로 여성혐오를 알려준다. 특히 여성혐오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해왔고, ‘왜’ 문제인지 설명해주는 것이 목적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동일하다. 여성혐오가 사라졌으면 한다.
―메갈리아4가 가장 분노하는 한국 남성들의 ‘모순’은.
한국 남성들은 자신들 안에 내재된 ‘폭력성’과 ‘혐오’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가부장제도에 의해 학습된 남성에게 억압당하고 있다. 남성도 가부장제의 폭력과 억압에 의해 희생당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남성은 피해자인 동시에 여성에 대한 가해자다. 남성들은 소극적으로든 적극적으로든, 여성에게 폭력과 억압을 행사해왔다.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더라도, 여성이 피해자고 남성이 가해자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사실이다. 한국 남성들은 이점을 전부 무시하고 자신을 피해자라 생각한다.
‘남성이 여성에게 칼을 들고 협박하며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 같은 강력 범죄 패턴은 한국 여성에겐 일상이지만 한국 남성에게는 발생하지 않았던 일이다. 이렇듯, 성별 간의 범죄 피해 차이가 극심하다. 그런데도 한국 남성들은 마치 자신이 ‘김치녀’들에게 협박을 당해 고통 받는 피해자인 것처럼 스스로를 포장해왔다. 동시에 여성에 대한 혐오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여성 다수가 또 다시 혐오 감정의 피해자가 됐다.
―위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남성들의 성폭력이나 ‘묻지마’ 폭행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고 했다. 이 또한 ‘편견’이나 ‘혐오’ 감정 아닌가.
실제 수치는 검색해보면 알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이 질문에 진정으로 답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한국 남성들의 범죄 행태를 다른 나라 남성들의 것과 비교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당연히 여성 인권이 압도적으로 낮은 아프리카나 중동 국가에서 범죄 자체가 발생하기 쉽다. ‘우범지역’이 공공연히 존재하는 다른 나라에 비교하면 한국 남성들의 성폭력 수치 자체는 낮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거나’ 폭력은 존재한다.
어떤 이유로도 폭력은 용인될 수 없다. 전체 100중 1만큼 존재하든, 혹은 99만큼 존재하든 폭력이 있어서는 안 된다. 현재 한국에선 여성에 대한 강력 범죄가 수도 없이 발생 중이다. 전체 강력 범죄를 보더라도, 가해자는 대부분 남성이다. 이미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비가 차이가 크다. 민족, 경제력 등에서 차이가 있는 다른 나라와의 비교 자체가 한국 남성에게 어떻게든 면죄부를 주려는 것 아닌가. 썩 달갑지 않은 질문이다.
―소라넷 폐지 운동의 목적은.
소라넷이 왜 문제인지는 굳이 다시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사이트는 운영자와 이용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성해방’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여성을 적극적으로 성적 대상화할 뿐이다. 이런 방식은 여성들에게 경계심과 경멸을 느끼게 만든다.
―남성이 역차별 받고 있다는 의견에 대한 생각.
한국 남성들이 ‘역차별이다’며 주장하는 영역은 대부분 여성 할당제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 한국의 여성 할당제 비율은 높지 않다. 실제로 시행도 잘 되지 않는다. 그나마 잘 시행되고 있는 것이 국회의원 비례대표 공천 제도다. 다른 정부기관이나 당 내에서 여성 할당제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런데도 남성들은 그 할당제의 피해가 바로 ‘자기 자신’에게 일어났다며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행동한다.
‘역차별’이란 적극적 차별 조치가 과도한 수준에 달해 다른 성별이 극도로 피해를 받는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단어다. 지금 한국에서 여성에게만 극도로 우대 정책을 시행해주는 영역이 존재는 하는가. 애초에 역차별 논란이 나올 토대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다. 아마 역차별 이야기를 하면, 군대 이야기를 끌고 오는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남성에 대한 강제 징병제를 실시하는 ‘가해자’는 여성이 아닌 ‘국가’다. 군대에서 국가주의를 강요하는 것도 국가다. 신체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등을 박탈하고 있는 주체도 국가다. 부디 국방부에 가서 따졌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
여성혐오를 타파하고 성평등 사회가 도래했으면 한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