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수사 공조까지 확대…메신저·해외로 분산 유통, 사이트 차단만으로는 통제 한계

뉴토끼는 이날 사이트를 통해 "그동안 서비스를 이용해주신 모든 회원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뉴토끼, 마나토끼, 북토끼는 향후 서비스를 재개할 계획이 전혀 없다. 이후 유사한 이름을 사용하는 모든 사이트는 본 서비스와 무관한 사칭 사이트이오니 주의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가 오는 5월 11일부터 '불법 사이트 긴급 차단·접속차단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직후 폐쇄됐다는 점에서 업계는 대응 강화에 따른 수사 확대와 수익성 악화 등을 고려한 선제적 종료로 보고 있다.
정부가 시행을 예고한 이 제도는 저작권 침해가 명백한 불법 사이트에 대해 기존보다 훨씬 빠르게 접속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존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차단이 이뤄지며 시간이 소요됐으나, 이번 제도는 긴급성이 인정될 경우 관계 부처 요청만으로 통신사가 신속하게 접속을 막을 수 있도록 속도를 끌어올린 것이 핵심이다. 반복적으로 주소를 바꾸는 불법 사이트 특성에 대응해 도메인 변경 시에도 연속 차단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최근 수년 동안 국내에서는 이 같은 불법 사이트에 대해 단순 접속 차단을 넘어 운영자 검거, 광고 수익 추적,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까지 병행하는 방식으로 대응 강도를 높여 왔다. 이는 불법 유통 규모가 이미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에 이르면서 단순 차단 중심 대응만으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뉴토끼는 국내 파생 불법 사이트에만 영향을 끼친 게 아니다. 국내 웹툰·웹소설 콘텐츠를 해외 불법 사이트에 업로드해 온 해외 이용자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해당 콘텐츠를 확보한 뒤 번역해 제공하며 자체적인 유통망을 형성해 왔다. 자신이 소유한 원작을 스캔하거나 캡처해 번역하는 '스캔레이션'(이미지 추출을 뜻하는 영단어 Scan과 번역을 뜻하는 영단어 Translation의 합성어) 방식뿐만 아니라 한국어에 능숙한 번역자가 뉴토끼 등 국내 불법 사이트 자료를 활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같은 불법 콘텐츠 글로벌 재유통 구조의 한 축을 보여주는 사례가 스페인어권 최대 불법 사이트 '투망가온라인(TuMangaOnline, TMO)'이다. 일본 만화와 한국 웹툰을 비공식 번역 형태로 유통해 온 대형 플랫폼으로 약 10년 동안 스페인과 중남미 지역 해적판 유통의 핵심 창구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5년 3월 한 달 동안 방문자 수만 약 8600만 건에 달했으며 사이트 분석 서비스 시밀러웹 기준으로 전 세계 327위, 스페인 87위, 멕시코 26위 수준의 트래픽을 보였다.
이곳 역시 4월 27일 기준으로 폐쇄된 상태다. 콘텐츠 권리사인 네이버 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웹툰 플랫폼사와 저작권해외진흥협회(COA)가 협력해 스페인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수사가 진행되자 즉각적인 사이트 폐쇄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현지에서는 사이트 운영자를 상대로 곧 정식 형사재판이 개시될 예정이다.

다만 단속이 강화될수록 불법 유통 방식 역시 이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처럼 특정 사이트에 콘텐츠를 모아두는 형태에서 벗어나 텔레그램처럼 보안이 강화된 메신저나 커뮤니티를 통해 번역 인력을 모집하고 콘텐츠를 분산 공유하는 방식도 늘고 있다. 유통 형태 또한 웹툰 이미지를 단순 복제하는 수준을 넘어 영상 형태로 재편집해 다른 플랫폼으로 재업로드하는 사례가 확인되는 등 불법 콘텐츠 자체는 그대로 유지된 채 전달 방식만 바뀌고 있는 점이 지적된다.
이런 변화는 기존처럼 특정 사이트를 차단하는 방식만으로는 불법 유통 전반을 통제하기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국내에서는 사이트 폐쇄 이후의 단계에서 대응이 다소 제한적인 상황이라 콘텐츠가 어떤 경로로 재유통되는지에 대한 추적과 차단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동일한 형태의 유통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웹툰 업계 관계자는 "이런 구조가 계속되면 유료 결제로 이어져야 할 이용이 상당 부분 불법 경로로 빠지면서 작가와 플랫폼의 매출 감소가 누적되고 결국엔 투자 여력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어떤 작품이 어느 정도로 유통됐는지 정확히 특정하기 어려워 손해 규모를 입증하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고, 민사상 배상 판결이 나더라도 실제 회수 단계에서 제약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불법 사이트는 유료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점으로 막대한 이용자들을 끌어모으지만 결과적으로 그 이용자들이 만들어낸 트래픽이 도박, 성매매 광고 등을 통한 불법적인 수익에 기여하고 있다"며 "이용자들은 '단순히 보기만 하는 것은 죄가 아니지 않느냐'라며 불법 사이트 이용을 정당화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콘텐츠의 불법 유통에 동조해 방조하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는 인식도 함께 자리 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