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밑 임대아파트로?
▲ 노무현 대통령 내외와 취임 전에 살던 명륜동 자택(아래). | ||
노 대통령은 지난 8월26일 “퇴임 이후 임대주택에서 살다가 귀촌(歸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8·31 부동산 대책’ 마련에 참여한 여당 의원 15명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였다. 그리고 8월31일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대통령의 의지는 재차 확인됐다.
당시 정 보좌관은 ‘대통령이 퇴임 이후 장기임대 주택에 살겠다고 했는데 가능하냐’는 기자들 질문에 “(대통령은 퇴임 후) 집을 새로 사기보다 임대도 생각해보고 싶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다. 기회가 되면 주택공사 사장을 청와대로 불러 얘기하면 좋지 않겠냐고 했고 솔직한 심정일 것”이라면서 “공영개발 가운데 전세형 임대 아파트를 도입한다면 충분히 실행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월세를 내는 국민임대가 아니라 비축용으로 두었다가 구매 수요가 있을 때 내놓는 전세형 임대 아파트는 약간의 제도 보완만 있으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가 실행된다면 노 대통령은 퇴임 이후 과연 어느 임대 아파트에 입주하게 될까. 이에 대해 최근 정부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한행수 대한주택공사 사장에게 대통령 퇴임 이후 거주할 수 있는 임대 아파트를 문의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도권 일대 여러 지역 가운데 수락산 일대에 세워질 예정인 임대 아파트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이 퇴임 이후 수락산 주변에 세워지는 임대 아파트에 입주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은 취임 직전인 지난 2003년 1월 명륜동 집을 팔아 현재는 ‘무주택’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와 주택공사는 수도권 일대 여러 지역을 후보지로 검토했는데 퇴임한 대통령이 서울을 벗어나 사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수락산 지역이 잠정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주택공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최근 수도권에서 (대통령이 거주할 임대아파트로) 적당한 곳이 있느냐고 문의해 온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주택공사에선 경기도 파주와 판교 등 수도권 지역의 사업지구 몇 곳을 구두상으로만 설명했다고 한다. 별도의 보고서를 제출하지는 않았다는 것. ‘대통령이 퇴임 후 수락산 지역에 거주하게 되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퇴임한 대통령의 비서실과 경호 인력이 어디에 상주할 것이냐는 것이다. 대통령이 아파트에 입주하면 구조상으로 비서실과 경호원이 상주할 공간이 적당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전직 대통령의 거주를 위해 아파트 구조를 개조하면 임대 아파트에 입주하겠다는 처음 취지가 무색해진다. 또한 대통령이 아파트에 입주하면 주민들이 불편을 겪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의 임대주택 발언 직후 일각에선 ‘노 대통령이 임대주택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통령이 퇴임 이후에 연금을 받게 되고, 청약저축 가입자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8·31부동산 대책’ 가운데 ‘전세형 임대’라는 새로운 유형의 임대주택이 제시되면서 대통령의 임대주택 입주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국가유공자법을 보완하면 전직 대통령도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임대 아파트 입주’ 구상은 퇴임 후 정말 서민들 속으로 돌아가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과연 노 대통령은 퇴임 이후 ‘수락산 주민’이 되는 걸까.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