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격서 격 계엄군 선관위 투입, 인지 부조화·판단력 장애 의구심…‘극우 유튜버 심취’ 지적도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6시간 만에 국회 비상계엄 철회 요구를 받아들였다. 계엄정국은 이내 탄핵정국으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12월 6일 오후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두고 마라톤 의원총회를 열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12월 6일까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12월 7일 오전 10시 윤 대통령은 담화문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사과 의사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 절박함에서 비롯됐다”면서 “그 과정에서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번 계엄선포와 관련해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제2의 계엄과 같은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면서 “향후 국정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어차피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은 비상계엄을 밀어붙인 점, 비상계엄과 관련한 사과 의사를 밝히는 데 나흘가량 소요된 점 등을 근거로 윤 대통령 판단력에 장애가 생긴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한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월 6일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계엄 사건에서 더 위험한 부분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하기로 결정한 대통령의 정신상태”라고 언급했다.
12월 4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는 윤 대통령과 관련해 “여러 선택들을 볼 때 심각한 인지장애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선택을 할 수가 없다”면서 “비상계엄 하나에만 해당하는 부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같은날 여권 인사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대통령이) 이성을 잃었다”면서 “정상이 아니며, 대통령 판단력을 믿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YTN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 출연해 “대통령께서 국정수행이 가능한 상황인가 좀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취재에 따르면 여권 내부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심각한 인지부조화 상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한 보수정당 당직자 출신 인사는 “대통령이 온라인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우파 유튜버에 심취해 있다는 이야기가 그동안 용산에서 적잖이 흘러나왔다”면서 “그런데 정작 오프라인에선 진보 성향 인사들을 최측근으로 두는 행보에 대해 여권 내부서도 인지부조화적이라고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극우 유튜버들이 그동안 중앙선관위 서버만 확보하면 모든 것이 다 뒤집힌다는 취지 주장을 해 왔다”면서 “비상계엄 당시 성동격서 격으로 계엄군이 중앙선관위에 들이닥친 정황이 포착되면서 극우 유튜버들 말을 믿고 비상계엄을 한 번 해본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비합리적인 시도에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을 오히려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선관위 서버 세 군데를 털었는데, 이게 문제인 건 서버를 털어도 부정선거 관련 근거가 안 나올 것이 사실상 확실하다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느 순간부터 부정선거 의혹 제기는 진보의 리스크가 아니라 보수의 리스크가 됐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 이후 보수진영을 둘러싼 부정선거 리스크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계엄군이 선관위 서버까지 접근한 상황에서 부정선거를 의심하는 세력은 ‘영원한 떡밥’을 얻은 셈이 됐다. 이제 그들은 윤석열이 잘못 뒤져서 영원히 부정선거 의혹을 규명하지 못할 거라 주장할 것이다. 그들은 부정선거 의혹으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데, 그런 이슈로 인해 향후 보수진영 지지층에 심각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부분은 상당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한 전직 당직자는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엘리트 검사 집단이 국정을 운영하면서 정치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라면서 “이들은 30~40대 시절에 대통령을 둘이나 구속시키고, 국정원장을 넷이나 구속시켰으며, 수많은 대기업 총수들을 감방에 넣은 검사 집단에게 세상은 너무 쉬워보였을 것이고, 대한민국은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전직 당직자는 “검사 시절 하던 대로 까불면 다 집어넣는다는 방식 국정운영이 비상계엄을 통해 완전히 부각된 것”이라면서 “국정운영을 국민 눈높이에 맞추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를 정권에 맞추려는 오만과 독선으로 국정운영을 해왔던 셈인데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오직 국민만 바라보겠다는 일성으로 취임한 대통령이 오직 부인만 바라보며 국정을 운영했다”면서 “모든 것을 쉽게 생각한 대통령이 다 밀어버리면 되는 줄 알고 비상계엄 정국을 열었고, 이런 부분이 대통령의 정신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