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황우석이라는 존재는 우리 사회의 계층과 신분, 지역을 불문하고 거의 종교에 가까운 무한한 존경과 추앙을 받았던 영웅이었다. 그런 황우석 박사의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 날이 바로 10년 전 오늘이다. 2005년 12월 16일, 황 박사의 협력자였던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황우석 박사의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는 이 세상에 없다”고 양심 선언했다.
황우석 박사
1999년 세계에서 5번째로 체세포 복제를 이용해 탄생시킨 젖소 영롱이가 공개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황우석 박사는 2004년과 2005년 <사이언스>지에 세계에서 최초로 사람의 체세포를 복제한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황우석 박사의 당시 위신은 대통령의 그것과 견줄 정도였다. 여야 정당은 총선을 앞두고 황 박사의 영입을 심각하게 고민하는가 하면, 대한항공은 황 박사에 무료로 퍼스트클래스 항공권을 협찬했다. 심지어 우정국에선 그의 성과를 기념하기위한 특별 우표까지 만들어가며 존경의 마음을 표했다. 인터넷에선 그 어떤 비판도 용납지 않는 ‘황빠’들까지 가세하면서 그의 위신은 거의 종교에 가까웠다. 이른바 ‘황우석 신드롬’의 강타였다.
노성일 미즈메디 이사장과 미즈메디 연구실 내부부
하지만 2005년 <MBC>의 PD수첩이 본격적으로 그의 연구윤리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서서히 <사이언스>에 게제된 그의 논문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퍼지기 시작했다. 허나 이러한 의혹 제기와 비판은 묻히기 십상이었다. 무엇보다 영웅에 흠집을 내고자 하는 그 어느 누구도 용납할 수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퍼져 있었다. 처음 의혹을 제기한 PD수첩 PD는 경질되기 까지 했으니.
그러던 순간, 10년 전 오늘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그 영웅의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01년 부터 함께 협력해온 노성일 이사장이 하루 전 황 박사의 고백을 듣고 결국 진실을 폭로한 것. 이후 서울대 측은 자체 조사 결과 실제 황 박사의 ‘복제 줄기세포’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황 박사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선 거짓이었음을 시인했다. <사이언스>지는 그의 논문을 철회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